정숭호 지음 폴리미디어·9,000원
'사나이 4대 망쪼'라는 말이 있다.
이른 나이에 출세해 나중에 할 일이 없어지는 '소년 출세', 나이 들어 아내를 잃고 홀로 되는 '중년 상처', 돈 없이 늙는 '노년 무전'이라는 '남자 3대 망쪼'에다 나이 들어 교회에 나가는 '중년 신앙'을 더해 최근 생긴 말이다.
이 책은 20년 넘게 한국일보에서 신문 기자를 한 50대의 저자(사진)가 스스로 4번째 망쪼의 길에 접어 들게 된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고백한 글이다. 제목처럼 저자는 수년에 걸친 아내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목사를 미워하며 기독교를 완강하게 거부한 '먹물'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회심(回心), 그토록 미워했던 '아멘족'이 되고 만다. 요즘의 근황을 이렇게 적었다. "일주일에 교회에 네 번 가는 적도 있어. 화단에서 풀도 뽑고, 예배실 청소도 하면서 형제, 자매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게 아주 재미있어. 목사님 눈치 보다가 안수기도 한 번 받으면 기분 좋지."
스스로 죄인임을 알게 된 것이 하나님을 받아들이게 된 계기라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무엇이 죄인가.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걱정거리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자신의 힘만 믿은 교만이 바로 죄였다."
이 책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정'이라는 인물과 초보 기독교 신자인 '나'의 대화체로 구성됐다. 물론 둘 다 저자 자신이다. 기독교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치열하게 벌이는 내면의 암중모색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존 그리샴의 기독교 소설로부터 김교신, 찰스 콜슨, C.S 루이스 등 기독교의 거장들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의문을 풀기 위해 섭렵한 신앙 서적과 진화론과 창조론 등 기독교의 쟁점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기독교에 '의거 입교'한 후 교회에서 겪은 십일조, 통성기도, 성경 읽기 등 신앙생활에 대한 경험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아멘족'이 된 이후 마음의 평화와 용기를 얻어 세상의 일희일비(一喜一悲)에 흔들리지 않고, 하루 하루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만도 복이라고 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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