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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찰이라도 제자리에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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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찰이라도 제자리에 서야

입력
200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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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권력의 2대 책무가 사회질서 유지와 민생 보호라는 점에서 살펴 보면, 지금의 우리 경찰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5·18행사의 시위로 전남경찰청장이 직위해제된 데서 알 수 있듯 경호·경비를 비롯한 사회질서 유지에서 경찰은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자폐성 언어장애가 있는 중학생 변사사건은 민생 보호에도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알게 해 준다.가족들하고만 의사가 소통될 만큼 장애가 심해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던 이 중학생은 이미 실종 당일 열차에 치여 숨졌다. 그런데도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배만 하고 있었다. 나란히 붙어 있는 경찰의 변사자전단과 가족이 만든 실종자전단을 본 시민단체대표가 동일인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으면 수배상태는 계속됐을 것이다. 48일만에야 아들의 죽음을 확인한 유족들에게 경찰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본연의 업무에 대한 이완현상이 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의 유기적 협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성추행범을 피해소녀의 엄마가 잡은 일도 있었다. 이 40대 주부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움직이지 않자 스스로 40일간 추적해 범인을 찾아냈다. 평범한 주부도 해낸 일을 경찰은 못했으니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경찰을 고달프게 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각계의 대립과 갈등이 심해 경찰력 동원의 필요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수사권 독립은 답보상태인데, 같은 공무원인데도 어떤 사람들은 노조를 결성해 파업 찬반투표까지 벌이고 있으니 기운이 날 리 없다. 생색나지 않는 민생업무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경찰인 한 민생업무는 내 가족의 일처럼 다루도록 자세부터 새로 가다듬어야 한다. 경찰이라도 제자리에 서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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