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는 각종 전집의 재발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근대 문학의 태두라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를 비롯,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등 유명한 문인이나 학자의 전집이 새로 발견된 자료와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새롭게 출간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전집도 잇따라 새로 간행되고 있다.전집 발간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데 모아 정리·보존하는 의미를 갖는다. 여러 도서관에 흩어져 있거나 개인이 소장한 자료는 재해를 만나 손상되면 영영 사라지게 된다. 인류 공동의 지적 자산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산재한 자료는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도 없다. 전집이 간행되면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하더라도 후세까지 전하는 게 가능해지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 전집이 이미 나와 있더라도 오·탈자가 많아 믿고 인용할 수 없다거나, 원문과 다른 부분이 있다거나, 빠진 자료가 많으면 제대로 전집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잘못을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 새로운 전집을 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일본에서는 각종 전집을 간행하고 이미 간행된 전집을 새롭게 보충해 나가는 연구의 기초 작업이 충실하게 행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질에 100만원을 웃도는 비싼 전집류가 일본에서 부단히 나오고 있는 것은 도서관이 발달한 때문이기도 하다. 도쿄(東京)의 경우 구마다 공립도서관이 적어도 다섯 개 정도는 있다. 각각의 공립도서관은 웬만한 전집류는 갖추게 마련이다. 전국의 수많은 공립도서관이 대학도서관과 함께 고가의 전집류를 구매해 주고 있다. 따라서 출판사는 각종 도서관을 소비자로 상정해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값비싼 전집류를 마음놓고 낼 수 있는 것이다.
전집이나 자료집 등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든다. 그에 비해 출판사는 채산성 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이 활발하게 출판되려면 공적인 뒷받침이 불가결하다. 일본에서는 이를 전국에 산재한 공립도서관이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립도서관에 좀 더 힘을 기울여 전집류 등의 책이 많이 출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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