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3일 5차 경협추진위에서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하는 진통 끝에 대북 쌀 지원과 경협 현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우려됐던 남북관계의 극단적인 경색은 일단 피하게 됐다.그러나 회담 초반 "남측에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는 북측 발언으로 벌어졌던 기 싸움은 다소 어정쩡하게 귀결됐다. 남측은 문서화된 공식해명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북측은 마지막 전체회의 초반 원론적인 구두해명을 하는 데 그쳤다. 44시간이나 공식접촉을 끊은 채 버텼던 남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같은 해명을 수용했다.
더욱이 회의 종결 발언에서 남측 김광림 수석대표가 "쌀 지원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귀측이 타성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하자, 북측 박창련 단장이 "추가적 조치 운운한 것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맞서 가시돋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남측은 "북측에 무조건 끌려 다니지 않고 따질 것은 따진다"는 '새로운 협상 문화'를 실험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남측은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대화채널이 전면 단절될 것을 우려, 당초의 '해명 이후 경협 논의' 방침을 바꿔 경협 논의를 병행 진행하는 타협적 자세를 보였다. 북측의 구도 해명도 "전례에 비추어 진전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비해 북측은 이번 경추위를 통해 쌀 지원과 경협 지속이라는 실리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명분을 세우는 한편 쌀과 경협 현안에 있어 실리도 챙길 수 있었다.
남측은 당초 강경자세에서 다소 후퇴했다는 점에서, 북측은 자국 방송에 보도된 발언 내용을 스스로 해명해야 했다는 점에서 각각 내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화채널을 유지하게 됐다는 점은 그런대로 성과로 평가된다. 단 북측이 핵·경협 연계 방침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데다 앞으로 미국이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아 남북관계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평양=공동취재단·양정대기자
■ 합의문 7개항 요지
1. 남북은 경의선·동해선 궤도연결 행사를 6월10일께 열고 조기 완공에 노력한다.
2. 개성공단 건설 착공식을 6월 하순에 개최하고 개발에 협력한다.
3. 임진강수해방지 공동조사를 6월 중 진행하고, 홍수예보체계를 구축한다.
4. 경협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4개 합의서 등을 빨리 발효시킨다.
5. 금강산관광의 활성화와 육로·해로 관광의 6월 중 재개에 노력한다.
6. 인도주의적 협조를 진행하며 남은 북에 쌀 40만톤을 차관방식으로 제공한다.
7. 남북경추위 6차회의를 8월 하순 서울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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