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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체험관 운영자 선정 장주상씨/"한옥의 웅숭깊은 맛 살수록 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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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체험관 운영자 선정 장주상씨/"한옥의 웅숭깊은 맛 살수록 더해요"

입력
200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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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고향같이 느끼는 곳으로 만들겠습니다."지난 2월 서울시의 북촌 한옥 민간임대 운영자 공모에서 1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근 한옥체험관(게스트 하우스) 운영자로 선정된 장주상(64)씨의 각오가 남다르다. 장씨가 사는 종로구 계동의 한옥도 시가 인정한 공식적인 '외국인의 명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장씨가 이 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싸라기 땅인 강남구 학동의 50여평 단독주택에 살던 그는 1983년 한창 값이 오르던 학동 집을 팔고 북촌으로 이사를 왔다. 대지 83평에 건평 39평의 한옥. "흙을 밟고 사는 게 좋았습니다. 사람도 그리웠고요." 결심은 했지만 막상 이사를 온 뒤에는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후회가 되기도 했다. "기와를 한 번 가는 데도 수백만원이 들 정도로 유지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부엌,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도 전에 살던 양옥보다는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후회는 이내 찬사로 바뀌었다. 너른 마당에 매화, 목련 등 각종 나무를 심었다. 여름이면 이웃 주민을 초청해 막걸리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따금 친구들을 데려다 바비큐 파티도 열었다. 호기심 어린 외국 대사관 직원들의 방문도 기쁘게 맞이 했다. "이 모든 게 한옥이니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한옥예찬론에 미소가 가득하다.

이 중에서도 장씨가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 것은 외국인들을 위해 숙식을 제공한 일. 외국 관광객들이 한옥에 굉장히 머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료 내지 실비로 자신을 찾아온 외국인을 묵게 했다. 세월이 쌓이다 보니 이 곳을 거쳐간 외국인 수가 수천 명을 헤아린다. 장씨는 그러나 외국인들이 이토록 한옥을 찾는 이유를 그저 호기심 정도로만 알고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주불 대사관 직원을 통해 자신의 '친절'이 더 큰 이유임을 전해 들었다. "그가 말하더군요. 외국인이 한옥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여길 찾는 것은 아니라고요. 식구들이 친절하니 저절로 한옥, 나아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까지 좋아졌다고요."

장씨가 북촌주민이 된 이래 아들 3형제도 이 곳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군대까지 갔다 왔다. 하지만 장씨가 한옥생활에 푹 빠져 사는 동안 주변의 한옥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고 대신 콘크리트로 중무장한 빌라나 상가가 들어섰다.

"그동안 많은 부동산업자들이 10억원 이상을 준다며 집을 팔라고 했습니다. 빌라 등을 지을 작정이었겠지요. 그런 유혹에 주위에 즐비했던 한옥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우리집만 한옥으로 남았습니다."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낀 서울시도 2001년 4월 한옥을 매입해 보전하겠다고 제의했고 장씨는 취지에 공감, 자신은 임차인을 감수했다.

집주인에서 임차인, 이제는 운영자가 된 장씨는 오는 7월부터 손때가 묻은 한옥을 전면수리, 내년 초 진정한 외국인들을 위한 '한옥 체험관'으로 개관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사진=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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