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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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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입력
200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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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장 클레르 등 지음 까치 발행·8만원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로 꼽히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95)의 작품 세계를 총정리한 사진집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가 나왔다. 같은 제목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대회고전(4월 30일∼7월 27일,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에 맞춰 10여개 국에서 동시 출판된 이 책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다뤄져 온 이 거장의 면모를 한 자리에서 재조명한 완결판이다. 428쪽에 걸쳐 그의 사진과 데생, 개인 앨범을 수록하고 장 클레르 피카소 미술관장, 피터 갤러시 뉴욕 현대미술관 사진부장 등 프랑스와 미국의 여러 전문가들이 쓴 해설 8편을 붙였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기획·편집하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인쇄한,

국제공동작업의 결실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은 현대 사진예술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사진작가 치고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1947년 로버트 카파 등과 함께 세계적인 사진대행사 매그넘 포토를 창설, 사진 저널리즘의 새 장을 개척했다. 2차대전 중 파리 해방, 공산혁명 전후의 중국, 마하트마 간디의 장례식, 1950년대 구소련, 1968년 파리 학생혁명 등 20세기 역사의 주요 장면을 찍었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왕성하게 작업했고, 최근 30년 간은 사진 이전에 그의 첫사랑이었던 데생에 몰두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

1952년 발표한 사진집 '재빠르게 잡은 이미지'에서 그는 순간 포착을 강조하는 자신의 사진미학을 '결정적 순간'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했다. 그는 시간의 연속적 흐름을 딛고 선 채 '매복'하고 있다가 삶의 한 순간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미지 사냥꾼으로서 그의 감각은 거의 본능적인 것이어서, 그가 찍은 '결정적 순간'의 사진들은 의미심장한 내용과 엄격한 기하학적 균형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다. 일체의 기계적 조작을 거부한 채 35㎜ 구식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그의 사진은 극히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면서 그림처럼 아름답다. 따스한 서정과 은근한 유머로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 장면에서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를 낚아챔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천천히 오래 음미하게 만든다.

사진집 자체도 흑백 이미지 인쇄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갈색 톤이 엷게 깔린 흑백 사진들은 빛과 그림자의 미묘하고 점층적인 변화를 섬세하게 따라잡음으로써 사진이 빛의 예술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사진예술에서 카르티에―브레송이 차지하는 압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의 그에 대한 본격 소개서는 1980년대 열화당이 펴낸 사진집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정식계약에 의한 출판이 아니었고, 지금은 구할 수도 없다. 따라서 국제 공동출판에 의한 이번 사진집은 그에 관한 최초이자 결정적인 책자라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 강운구씨는 이 책의 출간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카르티에―브레송은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사진의 정체성을 확립한 거장"으로 설명하면서 "그의 사진은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의 작업"이라고 평가한다.

책 값이 8만원이나 되지만 사진 전공자는 물론 애호가라면 누구나 탐낼 만큼 아름답고 훌륭하다. 단 해설의 번역 문장에서 뜻이 통하지 않거나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아 부자연스런 대목이 많고,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오류, 오자가 눈에 띄는 것이 몹시 아쉽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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