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청해대에서 3일간 휴가 중이다. 미국을 다녀온 피로와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 등으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며칠 전 3당 대표와의 만찬 자리에서 갑자기 밝혀진 일정이라서 대통령 일정치고는 다소 의외이긴 했지만 국정위기론까지 나오는 난국을 감안할 때 이런 부분은 사소하다. 지금 대통령이 휴식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동감하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의 이번 휴가는 대통령으로서 갖는 첫 휴식이다. 아무리 젊은 대통령이라지만 얼마 전 스스로 위기감을 피력했을 때 그의 피로감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핵 문제와 한미관계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한미정상회담에 전력을 쏟았지만 엄청난 비난이 따랐고, 꼬이기만 하는 국정혼선과 지지기반의 두드러지는 이반현상 등을 큰 부담으로 여겼을 만하다.
궁극적 책임은 물론 최고지도자인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난국의 원인을 다시 살피고 국정운영 방식을 재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위기가 심각하면 이는 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어지러운 여러 사태들은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상황까지 왔다는 점을 되새기는 현명함도 이젠 필요하다. 각자가 한번 숨을 고르고 호흡조절을 해볼 시점도 됐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휴가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일정이다. 취임 3개월도 안 돼 이런 역경까지 온 과정을 차분하게 따지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칠 수 있는 기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와대와 내각 운영의 시스템, 국정철학과 정책실천의 균형과 조화, 이익집단과 법치주의의 문제 등 현 위기가 제기하는 여러 과제들에 대해 많은 생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