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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재건축과열에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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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재건축과열에 "기름"

입력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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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논란을 빚었던 서울 강남구의 재건축 안전진단 관련 입법조례안이 구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강남구의회는 22일 열린 재무·건설상임위에서 강남구가 입법예고한 '강남구재건축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을 출석인원 9명중 8명의 찬성으로 수정가결, 통과시켜 23일 본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이 조례안은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구의원이 많지 않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강남구와, 조례입법을 적극 만류했던 서울시와의 대립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도 강남구의 조례 입법이 재건축을 쉽게 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강남구의회 상임위는 '재건축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을 '재건축안전진단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으로 수정, 심의위원을 현재의 11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의결방법도 현행 만장일치에서 다수결로 바꾸기로 했다. 심의위원회 구성과 관련, 강남구는 "건물의 구조안전문제 뿐 아니라 재건축으로 인한 경제적 효용성도 고려,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보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만장일치에서 다수결로 의결방식이 변경되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승인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례안은 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시 발효된다. 강남구는 조례안이 통과할 경우, 내달 초까지 14명의 재건축심의위원을 새로 선정하고 은마아파트 등의 예비안전진단을 실시할 방침이다. 그리고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전문기관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해 이르면 15일 이내에 그 결과를 받아 7월 전에 안전진단과정을 마칠 계획이다.

강남구가 서울시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6월말까지 은마아파트 등의 예비 안전진단이 통과되지 못하면 재건축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7월부터 적용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재건축 허용 연한을 늘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가 직접 예비 안전진단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힘들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을 적극 저지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도 강경하다. 시는 강남구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시키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7월 이전에 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재건축 추진과정인 지구단위계획 수립 단계 등에서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나 사업부지가 1만㎡ 이상, 가구수가 300가구를 넘을 경우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및 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고 지구단위계획의 최종 결정권은 서울시장이 갖고 있다. 또 최종 사업승인 이전에 시기조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서울시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재건축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는 강남구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재의결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상위법인 현행 주택건설촉진법에 어긋나는 위법한 조례라는 점을 내세워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서울시 서강석 주택기획과장은 "강남구가 재건축사업의 안전진단을 통과시키더라도 이는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반려할 계획"이라며 "은마아파트 하나를 재건축시키기 위해 조례를 만드는 것은 법의 일반성을 무시한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의 관계자는 "이번 조례는 주거환경개선 및 도시 경쟁력까지 고려한 재건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법적 하자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강남 아파트 값이 치솟는 것은 시가 그동안 개포·잠실지구 등 저밀도 아파트의 재건축승인을 너무 늦췄기 때문으로 재건축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강남구의 조례 입법은 부동산 폭등 추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경실련 시민사업국 김건호 간사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할 자치단체가 편법으로 조례를 만들어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상위법과 서울시의 지침까지 위배하면서 조례를 만든다면 결국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할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 전체에게 악영향만을 끼칠 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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