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 발생 이후 중국에는 전에 없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사스 환자를 축소 보고했던 사실이 밝혀진 이후 늦게나마 '사스 예방 수첩'이 배포되었고 사람들의 왕래로 인한 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동절 7일 연휴마저 축소되었다.외국인 밀집 지역인 상하이는 베이징의 아픈 경험을 거울 삼아 사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톨 게이트마다 의무원을 배치해 체온을 재고 미열과 마른 기침을 하는 사람이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까지 바로 모두 격리시킨다. 장거리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도 예외가 없다. 이용하는 승객은 무조건 한사람 한사람 체온 측정 후 통과시킨다.
대학교는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을 못하고 초중고교는 학생들이 등교 전 반드시 체온 검사를 받아야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사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생길 경우 공무원들이 엄중한 문책을 당하기 때문에 고위 관직자에서 말단 공무원까지 사스의 통제와 예방에 적극적이다. 시민들도 많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정부의 조치에 따르고 있다.
사실 사스에 대해서는 중국 밖에서 더 많은 걱정과 호들갑이 있었다. 한국의 언론매체 역시 연일 중국의 사스 발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부의 발표보다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더 많이 보도해 이곳에 있는 교민들과 중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 중국 사람들은 축소 보고 같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떠도는 말을 믿기 보다 여전히 정부 발표를 공신력 있게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았지만 각 도시는 적막한 가운데서도 생활을 유지했다. 한국 교민들도 한때 한국 매체의 영향을 받아 많이 술렁거렸지만 이제는 평상시 생활로 돌아간 듯하다.
무엇보다 눈 여겨 볼만한 사실은 중국인들의 위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지저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위생에 대한 관념이 희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스 이후 공공시설은 물론 거리도 깨끗해지고 있다.
기업체나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건물에서는 2시간에 한번씩 소독을 하고 택시와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운전 기사들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운전하며 전에 없이 위생에 신경을 쓴다. 길에 침을 뱉거나 휴지를 버리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위생과 관련된 공공질서 부문의 규제가 강화한 것은 물론이다. 일반인들도 식당에 들어가면 항상 먼저 손을 씻고, 집에 돌아와서도 깨끗하게 씻은 후 옷을 갈아 입는다.
어쩌면 사스는 중국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 소 영 중국 상하이 저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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