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프로축구 부천과 전남 전을 지켜보면서 심리 상태가 경기력에 얼마 만큼 영향을 미치는 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부천은 이날 선제골을 뽑아낸 다보와 윤정춘 등 선수 면면이 결코 만만치 않은 팀이다. 그런데 이날 2―2 무승부를 포함, 11게임을 치르도록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3무8패로 꼴찌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왜 그럴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크다는 생각이다. 이날도 지나친 승부욕이 부천 선수들의 플레이를 옥죄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 선수들의 몸은 굳어 있었고 특유의 빠르고 정교한 패스는 찾기 힘들었다.
반면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안양의 정조국은 이날 머리로만 2골을 잡아내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정조국은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손색이 없다. 골 감각과 유연성이 뛰어난데다 슈팅과 헤딩도 일품이다. 청소년 무대에서 맹활약한 정조국은 그러나 K리그에선 4일 페널티킥으로 데뷔 골을 기록했을 뿐 한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역시 성인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어깨를 짓누른 탓이 크다. 이런 의미에서 정조국은 자신감을 되찾는 한편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거스 히딩크 PSV아인트호벤 감독이 2006독일월드컵에선 한국대표팀을 다시 맡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히딩크는 "월드컵 성적에 대한 한국민의 기대는 상상만 해도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따로 있을까. 나도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거치면서 숱한 슬럼프를 겪어 보았지만 매사 그렇듯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이유와 원인을 따져보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길 밖에 없다. '계기'를 하루 빨리 찾아내는 게 중요한 건 물론이다. 코엘류호도 출범 후 A매치에서 1무1패로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침체됐다는 게 아니라 발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코엘류호가 31일 한일전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를 기대한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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