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혜원스님 논문 "한국 비구니의…"/"선원만 있고 스승의 가르침이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혜원스님 논문 "한국 비구니의…"/"선원만 있고 스승의 가르침이 없다"

입력
2003.05.23 00:00
0 0

'제자의 공부에 대한 스승의 점검이 없다.'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화두선의 위기가 거론되면서 스승이 수행의 진척을 점검해주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지적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는 점이 선방 스님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인 혜원 스님은 24일 열리는 한국불교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한국 비구니의 수행체계와 간화선'을 통해 조계종 소속 30여 개의 비구니 선원 가운데 스승이 직접 제자를 점검해 주는 경우는 백양사 서옹 스님의 지도를 받는 천진암 동천 선원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다른 선원은 대부분 안거를 시작해 끝낼 때의 법문이나 방장, 조실 등 큰 스님의 육성 녹음테이프를 통해 스스로 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안거와 동안거에 참가한 비구니 스님 가운데 42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스승이 제자의 수행 정도를 점검하는 법거량(法擧量)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스님이 88.3%에 달했다. 또 법거량 일화를 들어본 적이 없는 스님도 3분의 1에 달했다.

화두선의 맥이 제자에 대한 스승의 점검과 인가, 전법(傳法)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수행 실태는 화두선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혜원 스님은 "수행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점검하는 것은 매일매일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선방의 수행풍토가 느슨해졌다고는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스님들은 스승의 점검이 없을 경우 대안으로 지침서나 선지식 친견 등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붙잡고 있는 화두로는 '이뭣꼬'가 37.4%로 가장 많았으며 무자(無字) 화두, 만법귀일, 마삼근, '뜰앞의 잣나무' 등이 대부분이었다.

또 조사대상 스님들 가운데 화두선을 하고 있다는 스님이 84.3%이고, 다른 수행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1.5%에 그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제3의 수행법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수행 경력이 오래일수록 제 3수행법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며 화두선 수행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단계별로 적합한 수행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응답이 89%나 돼 대부분 현재의 수행 체계를 정비, 현대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느슨한 수행 풍토는 비구선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의 한 비구 스님은 "실제로 선방에서 선원장 스님 등이 점검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선가에서는 올바르고 높은 가르침을 받아야 해탈의 길을 바르게 갈 수 있기 때문에 눈 밝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 선원은 건물만 있고 가르침은 없는 형국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