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취임 3개월 만에 총체적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국정운영이 시스템에 의하지 않고,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이 매번 바뀌는 임기응변식으로 흐르고 있다. 실패가 실패를 낳고 여기에 실수와 미숙함, 아마추어리즘이 겹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우선 노 대통령 스스로가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야 하는지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악순환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2일 "화물대란과 방미를 거치면서 상황이 갑자기 악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두 사안에 대처하는 방향이 서로 엇갈린 점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화물연대에 끌려 다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지지기반을 의식한 태도를 보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보수세력의 적극적 환영을 받는 실용주의적 대미(對美)외교를 펼쳤다. 노 대통령이 보혁 갈등의 한 복판에서 왔다 갔다 하는 형국이다. 이는 단순히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되고, 노 대통령이 새로운 지향점과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출범 초기에 도입했던 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되면 깨끗이 인정하고 수술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A3·4면
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편 가르기'적 사고에 익숙해 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사회 전체가 통합보다는 균열쪽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 정부가 행한 인사가 국민통합적 의미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다 운동권 출신 특유의 도덕적 우월감까지 겹치면서 많은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 호남소외론,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 강행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권의 신당 추진과 관련해서도 신당의 정체성과 개혁의 실체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내년 공천 주도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편 가르기'적 행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주고 있다.
물론 국정혼란의 근저에는 각종 이해집단 또는 이념집단의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욕구분출이 도사리고 있다.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공무원 노조가 불법적인 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갖는 문제점, 새 정부가 도입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정부의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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