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은 신혼여행을 뜻한다. 갓 결혼한 며칠간 달콤함이 극치일 것이라는 취지의 표현이다. '꿀 같은 달'의 이 달은 보름달이다. 보름달은 꽉 찬, 가장 큰 달이다. 보름달은 곧 기울기 마련이다. 신혼여행을 보름달에 비유한 것은 달콤함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허니문은 새 대통령과 언론이 초기 얼마간 비판이 자제되는 밀월기간을 의미한다. 알다시피 미국에서 생긴 말이자 관행이고, 그 기간은 6개월 정도로 통한다.■ 정치적 허니문은 우리도 자주 쓴다. 김대중 정권 때도 그랬다. 사상 첫 정권교체에 들뜬 김 정권도 유달리 허니문을 기대하며 정권의 앞날을 낙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통과를 유독 당연시했고, 전임 김영삼 정부 때를 비교하면서 언론과의 허니문을 말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언론과의 허니문은 기대와 달랐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의 좌절은 첫 '재앙'이었다. 관례적인 허니문이 허용되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 내지 적대감이 이후 끊임없는 언론과의 갈등을 빚은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는 노무현 정권이 더하면 더했지 다르지 않다. 적대적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도 아니다. '언론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현 정권에서는 집권 초부터 아예 허니문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한 적이 없다. 기대도 주문도 없었던 것부터 전임 정권과 다르다. 노 정권이 처한 역경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노 정권이 정작 필요한 것은 언론과의 허니문이 아니라 지지자들과의 허니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의 역경은 바로 그를 뽑아준 집단과 세력에서 더 심각하게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지자들은 지금 노 정권에 허니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파병,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광주 5·18행사의 파행에서 이는 극에 달해 있다.
■ 노 대통령은 지지기반으로부터 양보없는 비판이 일자 힘들고 지친 모습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지지자들의 기대와 다른 정책 결단을 내렸다면 정면으로 이를 설득하고 돌파해야 하는 것 까지도 대통령의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자신이 없어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이 굴욕외교라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동원한 논리는 정면적이기 보다 감상적 상황적 비유에 그쳤다. "갈릴레이는 사형을 피하기 위해 천동설을 믿는다고 했다" "한신 장군은 어릴 때 부랑아들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 비유를 사용했는데, 이는 "내 진심은 딴데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표현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차라리 낫다고 해야겠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고 보니 이보다 더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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