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점화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운동을 앞두고 부시와 '코드가 안 맞는' 고위 관리들이 속속 사임하면서 미 행정부 진용이 적잖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최근 미치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실장과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이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21일 장관급인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56) 환경보호국(EPA) 국장이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사표를 제출했다. 휘트먼의 퇴진은 지난해 12월 폴 오닐 전 재무장관에 이은 두 번 째 각료 사퇴이다.
미 언론들은 휘트먼의 퇴진이 상당한 후 폭풍을 동반하면서 행정부의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화당 내 온건파를 대표하는 휘트먼은 도쿄 환경 협약 탈퇴 결정 과정에서 부시와 갈등을 겪은 후 부시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고 그의 사임은 '예상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보수쪽으로 기울면서 에너지와 산업정책에 역점을 두는 부시와 휘트먼이 결코 코드를 맞출 수 없다는 것으로 향후 각료 퇴진의 신호탄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인디애나 주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물러난 대니얼스 실장이 부시의 감세안에 반기를 들어 쫓겨났다는 설이 휘트먼 사직 발표 후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등 부시 핵심 측근들도 총력을 경주해야 할 선거를 앞두고 재선 캠프로 보낼 인사와 그렇지 못한 인물들을 선별한 뒤 "떠날 사람들은 떠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대선 운동이 본격 시작되면 상당수 관리가 행정부를 떠날 것"이라며 "조만간 개각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휘트먼 사임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면서 그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차기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탄탄한 그의 정치적 입지가 작용하고 있다. 1990년 현직 뉴저지주 상원의원과 93년 현직 주지사를 잇따라 꺾고 화려하게 등장한 휘트먼은 부시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고향인 텍사스에 봉사했듯 나도 고향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밝혀 '주지사 후 대통령 도전'이라는 공식을 떠올리게 했다. 휘트먼 집안은 록펠러센터 등을 지은 대형 건설 업체를 경영하면서 뉴저지주 공화당 의장 등을 배출한 명문 정치 가문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대니얼스 예산실장의 후임으로 조슈아 볼튼 백악관 차석 보좌관을 지명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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