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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변호사감치 "초유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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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변호사감치 "초유사태"

입력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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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던 변호사가 재판장 명령으로 구치소에 감치(監置)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재판권과 변론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정 소란을 일으켰거나 휴대폰을 사용한 방청객을 감치한 적은 있지만 변호인이 감치 되기는 처음이다.서울지법 형사7단독 손주환(41) 판사는 22일 사기죄로 기소돼 1심에 계류 중인 서모씨에 대한 공판 도중 서씨의 법정 대리인인 김모(60) 변호사에 대해 10일간 감치 명령을 내린 뒤 즉시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김 변호사는 대검 감찰과장을 지낸 부장검사 출신이다.

감치 경위

김 변호사는 이날 개정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은 오전 11시30분께 서울지법 523호 법정에 나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백모씨를 상대로 신문을 벌였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백씨의 답변 내용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질문을 이어가자 손 판사가 수차례나 이를 제지했다. 김 변호사는 손 판사의 지적에 "그럼, 묻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받아쳤다.

이후 판사와 변호사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김 변호사가 증인에게 "사건 관련자인 A씨가 무혐의 처리된 것을 아느냐"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해외로 도피한 A씨는 기소중지 상태였기 때문에 손 판사는 김 변호사가 증인에 대해 유도신문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손 판사는 "검찰 기록에 A씨가 기소중지 상태라고 나와 있는데 왜 무혐의인 것처럼 질문 하느냐. 기소중지 사실을 몰랐느냐"고 신문을 제지했다. 그러나 "감치할 수 있다"는 손판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 변호사가 "감치의 이유가 뭐냐"며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손 판사는 순식간에 김 변호사에 대해 10일 감치명령을 내렸다.

법조계 논란

손 판사는 "변호인은 변론 임무 외에 공익을 위해 종사하는 자라고 변호사법에 나와 있다"며 "김 변호사처럼 법정에 임하면 도저히 다른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감치 명령을 받은 뒤 3명의 변호인을 선임한 김 변호사는 이날 제출한 항고장에서 "변론권은 피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로, 재판부의 행위는 변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도 "재판권 남용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3일 임시이사회를 개최,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 진행이 어려울 만큼 어지러워진 법정 환경을 반영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감치명령

법원조직법에 따라 재판부가 법정 질서 유지를 위해 재판부 명령에 위배되거나 재판부의 위신을 훼손하는 사람들을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재 조치다. 구속기한은 20일 이내로 제한되며, 감치 명령에 불복할 경우 3일 이내에 항소재판부에 항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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