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간 담배를 곁에 두었고, 담배 광고 모델로도 나섰던 애연가 국립극단 박상규 단장. 최근 담배량이 부쩍 늘어 1시간만 피우지 못해도 짜증이 나자 되레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박 단장은 "19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한국일보 금연성공기를 보고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금연처방을 받기 위해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을 찾았다.간단한 설문 결과 박 단장의 니코틴 중독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흡연량이 2갑을 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5분 이내에 담배를 문다. 호흡을 통해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 검사에서 박 단장의 농도는 18ppm. 담배 피지 않는 사람의 6배다. 담배가 불완전연소하면서 생기는 일산화탄소는 만성 저산소증을 유발, 피로와 노화를 재촉한다. 단 폐의 용적, 유연성 등 폐기능검사 결과는 대체로 정상이었다. 30년간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며 발성과 호흡법을 꾸준히 연습한 덕분이다.
금연클리닉의 서홍관 교수는 "눈 뜨자마자 담배를 찾는 것은 잠자는 동안 니코틴을 뇌에 공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금단증상"이라며 "보조요법 없이 금연에 성공하기는 힘들어 자존심만 상하는 금연 시도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 단장에겐 피부에 붙이는 금연 패치와 금연 껌이 필수라는 것. 서 교수는 "금연 패치를 매일 다른 위치에 한 장씩 붙이고, 그래도 담배 생각이 날 경우 껌을 씹는 방법으로 금단증상을 이겨보자"고 말했다. 패치의 부작용으로 가려움증, 불면증이 생기면 연고를 바르거나, 밤에만 떼고 자면 된다.
박 단장의 흡연 유형은 전형적인 스트레스 해소형. 4년간 끊었던 담배를 단장직을 맡을 즈음 다시 피웠고, 술자리보다 업무 중 스트레스가 높을 때 담배를 빼문다. 담배로 업무 에너지를 보충하는 자극형, 담배 피우기 자체를 좋아하는 즐거움형, 손장난형, 습관형 등과는 다르다. 박 단장의 경우 금연 성공여부는 스트레스 관리에 달려있다. 서 교수는 "담배 대용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미리 생각해 머리 속으로 도상훈련을 하라"고 권했다. 구체적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다. 정 담배 생각이 간절할 땐 담배를 끊은 친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금연 이유와 의지에 대해선 상담이 오래 갔다. "처음 담배를 끊었던 이유는 뭔가요?" "배우로서 에너지가 달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체력이 떨어지는 것보다 정말 심각한 건 암입니다. 폐암 위험이 흡연량에 비례한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입니다. 폐암환자의 80%는 5년 내 사망합니다. 연기를 잘 하고 싶어도 아예 못하게 되죠." "사실 전 언제든 담배를 끊을 자신이 있습니다." "의지가 있다는 건 중요합니다. 그러나 필요를 느끼면 끊어야죠." "당장 끊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이주일씨가 폐암 선고를 받고 3개월쯤 살 거라고 했습니다. 담배 끊고 홍보대사도 하면서 8개월을 사셨죠? 폐암 발병 후 금연은 5개월쯤 더 산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지금 폐암이라면 담배 끊을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안 걸렸다면 끊으십시오. 폐암 진단에는 리허설이 없습니다."
결국 박 단장은 금연일을 5월 31일로 정하고 약물처방도 받기로 했다. 부프로피온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금연 약. 금연하기 1∼2주 전부터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금단증상을 이기는 데 패치나 껌보다 효과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연 후 체중이 평균 3㎏ 불어 식사조절과 운동이 필수적으로 권고되지만 박 단장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줄곧 67㎏(키 171㎝)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어 오히려 살이 좀 찌기를 원하는 데다가 평소 달리기 등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
담배를 끊고 1주일은 가장 힘든 시기. 1주일 후 금연상황을 반드시 의사가 점검해야 한다. 상담 끝에 "이번엔 완전히 끊겠습니다"라고 결심을 굳힌 박 단장에게 서 교수는 "꼭 금연하십시오"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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