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 토지를 통한 재산증식은 한국인의 보편적 이재 수단으로 각인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및 행정수도 입지 예상지역 등에서 투기 열풍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거의 매주 연속적으로 나름대로 강도 높은 투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수도권의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 등 주택공급적 대책과 함께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 금지, 부동산 과다보유자 상위 5만∼10만명에 대한 보유세 대폭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거래에 대해 본인 및 가족의 금융거래 추적조사에 나선다고 한다.집값이 급격히 상승하고 투기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제의 본질을 따져보면 첫째, 금리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초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주택과 토지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콜금리를 인하함으로써 부동산으로 자금유입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여유 돈을 은행에 예치할 경우 자칫 원금 자체를 까먹을 수 있는 형국이며 증시도 시들해 부동산 이외에는 투자할 곳이 딱히 없는 것이다.
둘째, 정책의 효과성과 적실성에 관한 문제이다. 최근 발표된 대책은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별로 새로운 것이 없을 뿐 아니라 그 효과에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불쑥 내놓은 듯한 인상을 준 김포· 파주 신도시 계획은 과연 수도권내 적정 입지인가를 의심케 하고 주택가격 안정에 단기적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아울러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신행정수도 건설 구상과 수도권내 새로운 신도시 건설이 어떤 함수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 투성이다.
셋째, 정부의 현실파악 및 대응 능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주택정책을 수립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근거로 삼는 주된 자료가 국민은행이 매월 조사하는 주택가격 통계이다. 이 통계는 실물의 흐름보다 한달 이상 늦게 발표되기 때문에 현실반영의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에 따라 정부 대책은 투기꾼들이 이미 한차례 치고 빠진 연후이어서 매번 사후 약방문이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 금지와 함께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크게 올려 과세표준을 현실화하는 조세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형평과세는 물론 진작에 서둘러 추진했어야 할 조치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보유자들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보완조치들이 사전에 강구되어야 한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국민은 20% 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양한 대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이지 못해 그 약효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내 집이 없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은 실현되기 힘들고 투기로 돈을 번 사람들과의 상대적 빈곤감이 높아지고 있다. 급등한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리고 투기를 잡으려는 고강도 단기처방이 오히려 부작용과 또 다른 시장 왜곡을 불러올지 모른다. 지금과 같은 초 저금리 상황에서는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물꼬를 먼저 터놓아야 한다.
저금리 정책과 투기억제 대책 간에 정부정책의 상호모순과 딜레마가 존재한다.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투기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이나 유동성 환수가 시도되지 않고 있다. 경기부양과 투기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부동산 관련 제반 규정도 개혁해야 한다. 지난날 수없이 써먹었던 단골 메뉴 몇 가지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하 성 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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