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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현충일 의미 언제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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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현충일 의미 언제 바뀌었나

입력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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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현충일 방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 당국자는 21일 "현충일은 일본보다는 한국전쟁과 관계가 있는 날"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현충일은 국군 등 호국영령 추모에 비중이 있다"며 "국경일까지 엄격히 따지면 외교를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그러나 보훈처 웹사이트를 보면 현충일은 '6·25동란에 전사한 국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따라서 현충일에는 당연히 조국광복을 위해 산화한 순국선열도 기려야 한다.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는 임시정부 요인 17위와 애국지사 207위, 애국지사 1,482위가 각각 안장돼 있다. 당국자들은 혹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굳이 현충일의 의미를 비튼 것은, 어떻게 해서든 '현충일 방일'의 비난을 모면해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일은 정부가 국빈방문의 형식에 치중,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한일 양국은 당초 '6월9일 방일'로 접점을 찾았으나 우리측이 국빈방문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천황 예방을 추진한 결과 '6월6일 방일'로 조정됐다는 것이다. 뒤늦게 현충일의 의미가 부각되자 9일로 다시 변경하려 했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물론 외교적 합의를 함부로 뒤엎을 수는 없다. 더욱이 현충일에 연연해 월드컵 공동개최 등으로 21세기 파트너십을 지향하고 북한 핵 문제 등을 시급히 공조해야 하는 한일관계를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국민도 이제는 국익을 위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제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쯤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최소한 어줍지 않은 논리로 현충일 방문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통령은 아침에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오후에 일본 천황을 만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낫다.

이동준 정치부 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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