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운 날씨, 벌써 바다가 그립다. 아직 철은 아니지만 올 여름휴가를 보낼 곳을 미리 둘러볼 겸 길을 떠나자. 행선지는 충남 태안군.태안은 군 단위로 따질 때 우리나라에서 해수욕장이 가장 많은 곳.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이라 해안선을 쭉 펴면 500㎞가 넘는다. 그 해안선을 따라 40개가 넘는 해수욕장이 늘어서 있다. 장난감 같은 해수욕장이 아니다. 만리포, 연포, 꽃지 등 누구나 알만한 해변이다.
그러나 2박2일에 500㎞가 넘는 해안을 모두 돌아볼 수는 없다. 유명한 섬 안면도는 확 빼자. 그리고 태안반도에만 국한한다. 그래도 절반 이상 보기 어렵다.
준비 첫날은 태안반도의 북쪽, 둘째날은 남쪽에서 숙박을 정하는 것이 좋다. 북쪽의 학암포 인근과 남쪽의 신진도 지역이다. 학암포에는 여관이 여럿 있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단체 숙박객 여관이 대부분이다. 아늑하고 화려한 시설은 욕심이다. 소라장(041-674-7080), 해변가야장(674-7115), 황금장(674-7078), 태화장(674-7302) 등이 있다. 민박도 많이 친다. 해수욕장번영회(674-7297)에 연락하면 적당한 민박을 소개받을 수 있다.
신진도는 화려한 섬이다. 식당은 물론 여관도 많다. 서해모텔(675-0072), 기풍모텔(674-8181), 뉴월드모텔(674-8264) 등 30개가 넘는 모텔이 있다. 민박도 친다. 상가번영회(675-0610)를 통하면 된다.
아직 이르지만 혹시 물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는 만큼 수영복을 챙긴다. 해변마다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갈아입을 옷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물때를 미리 아는 것도 중요하다. 태안해안국립공원 관리사무소(672-9737)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미리 챙긴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빠져 태안으로 향한다. 태안에서 603번 지방도로를 타다가 원북면에서 다시 634번 지방도로로 진행하면 학암포에 닿는다. 603번 지방도로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위력을 발하는 곳. 차의 앞이 아니라 뒤를 찍기도 한다. 길이 한적하다고 과속하면 곧바로 벌금이다.
저녁식사는 낙지가 적당할 듯. 태안반도에는 맛있는 세발낙지가 난다. 박속낙지탕이라는 것이 유명하다. 박속을 썰어넣고 국물을 끓인 뒤 산 낙지를 넣는다. 처음 먹는 사람에겐 다소 밍밍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음미할수록 시원함의 깊이가 있다. 원북면의 원이식당(672-5052) 등에서 잘 끓인다.
이튿날 밤에 도착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학암포 해변으로 나간다. 태안반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학암포는 아름답다. 밀물이면 허리까지 물에 잠기고, 썰물이면 육지가 되는 바위가 있다. 다름아닌 학암이다. 물에 잠긴 모습이 날아가는 학의 모습을 닮았다.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으면 곤란하다. 다닐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해가 질 때까지 신진도에 닿으려면 시간이 모자란다.
여행법은 634, 603지방도로를 타고 남하하면서 해변의 이정표가 나타나면 서쪽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욕심은 금물이다. 20곳 가까운 해수욕장이 있다. 3곳 정도를 미리 꼽는다. 유명한 해변보다는 이름이 낯선 해안을 찾는 것이 좋다. 바캉스 사전 답사이니 만큼 숙박 등 제반 시설을 꼼꼼하게 챙긴다.
꼭 들러야 할 곳은 신두리해수욕장. 서해안에서 가장 큰 사막이 있는 곳이다. 흔히 '신두리 사구'라고 한다. 해당화가 많고 모래밭에서 사는 희귀식물이 번성하고 있다. 신진도는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로로 남하하면 닿는다. 옆에 자그마한 마섬이 붙어있다. 마섬을 방조제로 잇고 다른 쪽에 긴 방조제를 보태 마치 항아리 속 같은 항구를 만들었다. 방조제에서 보는 일몰이 일품이다. 마음까지 붉어진 뒤에는 싱싱한 회와 소주 한잔을 찾게 된다.
돌아오는 날 태안읍까지 간 뒤 남쪽으로 향한다. 40번 지방국도를 타고 안면도 입구에서 좌회전, 서산 방조제를 지난다. 두 개의 방조제가 이어져 있다. 가운데에 있는 간월도라는 섬을 찾는다. 굴이 유명한 곳이다. 굴밥, 어리굴젓 등 비릿한 굴 음식이 많다. 먹고, 사고, 즐겁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가 가깝다.
/글·사진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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