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테마나 종목에만 투자 자금과 매수세가 몰리는 '게릴라식' 과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며 매매 공백상태를 보인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들까지 시가총액 상위 대형 블루칩 대신 실적이 좋거나 재료가 있는 개별종목 거래에만 치우치면서 증시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코스닥 중심 개별 장세
최근 증시는 시장·업종·종목별로 극심한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보다 코스닥시장의 거래가 더 활발하고, 종합주가지수가 옆으로 게걸음하는 정체장 속에서도 일부 실적주와 테마주들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행진을 하고 있다.
22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5.19포인트 하락하며 지수 600선이 힘없이 또다시 무너졌으나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 3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거래도 활발해 거래대금이 1조8,756억원으로 거래소(2조3,63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종목 차별화도 극심해져 거래소시장에서 한진해운 LG생명과학 등 20개(우선주 제외) 종목이 장중 52주(1년간) 신고가를 기록했고 일부 종목은 사상 최고가까지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NHN 등 인터넷주와 게임주를 중심으로 12개 종목이 신고가에 올라섰다. 21일에도 거래소 14개·코스닥 8개 종목이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올 3월 저점대비 100∼300%이상 급등한 종목이 속출했다.
기회보다 함정 우려
이들 종목들은 경기 둔화에도 아랑곳 않고 대부분 1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졌거나 앞으로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지만,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라 2분기 수익성 호전까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경우가 많다.
새롬기술과 게임주 등 일부 종목은 1분기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개별 재료(웹젠 코스닥 등록) 등 테마에 따라 급등해 버블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초기 장세를 주도하던 매수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자금유입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수급측면에서 유리하고 주가도 가벼운 개별 종목들이 소리 없는 강세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개별종목이 만개하면 '끝물'이라는 시각도 있는 만큼 자칫 추격 매수했다가는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공백
화려한 종목장세 속 증시 이상기류는 외국인들의 외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수 영향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대규모 매매하며 증시를 좌우하던 외국인 투자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주식을 사들이는 매수 종목수가 절반 아래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사는 종목도 블루칩이 아니라 개인들의 매매 종목과 비슷한 개별종목에 머물고 있다. 대우증권 이광일 시장팀장은 "많을 때 180∼200개에 이르던 외국인 연속 순매수 종목이 최근 들어 80개 정도로 급감했다"며 "외국인 없는 거래소시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코스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체국면 지속될듯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 우려 등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불확실성이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환율하락과 카드채 문제 등 국내 경제 상황도 불안해 증시 자금 마저 단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심리로 '확실한' 종목에만 돈이 몰렸다 빠지는 개별 장세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나 카드채 위험 등이 해결될 때까지는 정체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종목 선정 능력과 매매시점 포착 여부가 투자성과를 좌우하고 업종별·테마별로 발빠른 사고팔기 전략만이 유일한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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