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단체를 찾아 진행하는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경제야 놀자'라는 게 있다. 어릴 때부터 '경제의 눈'을 갖고 세상을 보자는 것이 주제다. 이 교육은 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광고로 시작한다. "하나를 사면 두 개를 주고, 두 개를 사면 네 개를 준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라는 말로 끝 맺는 광고다.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공짜일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한다. "네"라고. 그럴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50% 할인'이 보다 현실적인 말이다.
'공짜'와 '할인'을 대비시키면서 경제의 눈을 갖자고 설명한다.
"광고에서 말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지 마세요. 한번쯤 생각해 보세요. 그런 훈련이 쌓이면 보이지 않던 세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경제의 눈으로 보는 세상입니다."
얼마 전에 한 기자가 이 교육을 취재하러 왔다. 이 교육 내용을 지켜본 그는 의외의 질문을 했다. "그럼 뭔가요? 아이들에게 속지 말라는 것인가요." 당황스러웠다. 아니다. 기업이 어린이들이나 소비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그래서 속지 말라는 교육이 아니다.
경제 교육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이나 언론은 한결같이 우리 아이들이 '똑똑한 소비자', '현명한 소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안돼 돈을 마구 쓰고, 돈의 가치를 모르고, 결국 신용카드 불량자가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똑똑한 소비자'로 만드는 것은 이론이나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로 해서 될 일이라면 부모들이 자녀와 겪는 갈등 요인이 교육(공부) 문제 다음으로 용돈 등 경제 문제일 이유는 별로 없다. 똑똑한 소비자 교육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경쟁하다시피 어린이 및 청소년 경제교육에 나서고 있는 언론과 은행, 신용카드 업체들은 우선 교육 대상인 학교와 학생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책은행에서 일하다 유력 매체에서 어린이 경제교육을 맡고 있는 한 중견기자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40분 교육에 진땀을 흘린 경험을 말한 적이 있다. 한 은행의 관리자는 학교 교육을 다녀온 뒤 "비디오를 갖고 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말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붐이 일고 있다. 이들이 처음 만나는 교육이 재미없고, 지겹다면 경제에 대한 벽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할 때다.
/어린이경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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