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구속에서 해방된 '경제적 자유'가 궁극적 목표입니다. 하루아침에 대박을 터뜨리자는 게 아니라 열심히 땀 흘려 벌어서 건강한 부자가 되자는 것이죠."'10년 안에 10억 모으기'. 맞벌이를 하는 박범영(31·LG카드 대리) 진은주(31·서울 개포초교 유치원 교사)씨 부부가 설정한 삶의 좌표다. 다소 허황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박씨 부부의 10년 계획은 이미 2년째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결혼 2년차이던 2001년 초, 부부는 함께 뜻을 모아 10년 계획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그 해 5월엔 실천을 다짐하자는 취지로 인터넷 포털 다음에 '10년 안에 10억 모으기'(10in10)라는 카페를 열었다.
박씨 부부의 10억 모으기 실천기(記)가 네티즌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10in10' 카페는 금세 인기 동호회 사이트로 떠올랐다. 개설한지 2년 만인 5월 현재 정 회원수만 5만2,000여명에 이를 정도. 모두들 박씨 부부처럼 성실히 일해서 부자가 되어 보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다. 카페 게시판을 통해 이들 회원의 진솔한 재테크 경험담이나 돈에 대한 철학이 소개되면서 요즘에도 '부자 되기'에 함께 도전하겠다는 동지(同志)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10억 모으기 '제1 원칙'은 검약과 성실
박씨 부부에겐 올해가 10억 모으기 10년 계획의 3년차가 되는 해다. 부동산과 주식, 금융기관 저축, 현금 등을 합한 자산총액의 목표치를 1차 연도인 2001년 말(1억9,000만원)과 2차 연도인 2002년 말(2억4,650만원)에는 무난히 달성했다. 올해의 목표액은 4억1,000만원.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이 올들어 증시침체의 여파로 꽤나 쪼그라든 상태이지만, 저축률을 높이고 소비를 줄이며 좀 더 허리띠를 졸라 맨다면 올해 역시 간신히 커트라인은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씨 부부가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10년 계획표와 올해 계획표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예상이 전혀 허황된 것 같지 않다. 부부의 예상소득과 예상지출 내역을 월별로 원단위까지 기록해 놓은 올해 계획표만 해도 세 살 배기 딸의 놀이방 보육료부터 통신비나 문화생활비, 외식비, 미용비, 의류비, 홈쇼핑비, 경조사비, 부모님 용돈 등등 발생 가능한 모든 비용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다 "월 생활비는 100만원 이하로 묶고, 목표한 저축금액은 반드시 지킨다"는 철칙 하에 부부합산 소득(연간 7,000만원 선)의 70%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고 하니, 재산증식을 위한 부부의 노력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물론 월별 계획이나 연간 목표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일단 목표를 정해놓으면 이상하리만치 항상 (목표한) 숫자에 근접하게 된다는 겁니다. 재테크도 그만큼 정신무장이 중요하다는 거죠." 박씨의 경험담이다.
10억 모으기의 목표는 '경제적 자유'
'10in10'카페 회원들이 하나같이 '10년 안에 10억원 모으기'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 기간과 목표액이 얼마가 됐건 그들은 모두 '건강한'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한다. 박씨 부부의 경우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건강한 부자의 기준을 10억원으로 설정했을 뿐이다. 10년이라는 기간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일종의 자기암시에 가깝다. 회원들 각자의 상황에 맞게 5년 5억, 4년 4,000만원 등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실제로 '10in10'동호회 회원들 중에는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20대 직장인이나 외벌이 회원들도 많고, 저마다 목표설정도 다양하다.
박씨는 '10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월 소득이 1,000만원인 상태'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경계선으로 여기고 있다.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고, 좀 더 가정에 충실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고, 똑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정신적 여유를 갖는 상태가 '경제적 자유'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차피 돈이 중요한데 돈의 지배를 받는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것이죠. "
박씨 부부는 '10in10'의 문화가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합리적인 소비와 검약으로 부를 일군 건전한 중산층, 행복한 중산층이 늘어날수록 한국사회가 더욱 풍요롭고 안정된 사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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