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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 / "하늘색 꿈" 찾아 난 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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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 / "하늘색 꿈" 찾아 난 새가 된다

입력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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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항공권이나 숙소 예약을 생각하면 서둘러 피서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그러나 사스다, 경제란이다, 쉽게 행선지를 정하기도 여의치 않은 실정. 올 여름 시원한 하늘로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하늘에서 바라보는 땅의 매력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에세이에서 "젊은이들이여, 땅에서 하늘을 바라보지 말고 하늘에서 땅을 바라보아라. 그럼으로써 새로운 시각과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젊은이가 아니더라도 복작거리는 땅을 떠나 장난감같이 작아진 세상을 비웃듯이 바라보는 기분은 짜릿할 수밖에 없는 것. 시끄러운 엔진소리나 좁은 이코노미 좌석 때문에 피곤만 더하는 비행기와는 달리 직접 몸을 사용해 하늘을 날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은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의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미지근한 태양이 땅과 구름을 데우는 5월의 한 주말. 패러글라이딩 스쿨 '날개클럽' 회원 60여명은 하늘을 가르기 위해 경기도 광주 매산리 종합 활공장에 모였다. 초등학생 티를 막 벗은 10대 소녀부터 희끗희끗한 머리가 근사한 60대 할아버지까지 각양각색이다. '날아 보자'는 바람 하나로 가슴 설레며 모인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장비를 손보며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오늘은 구름이 낮은 걸 보니 아주 높이 날지는 못하겠네." "자세히 봐. 그래도 바람이 위로 올라가고 있잖아. 초보자들은 위험할 수 있으니 잠깐 기다려보자." "저는 그러면 낮은 슬로프에서 선생님과 연습할래요."

수준에 따라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모인 회원 중에 날기 무서운 듯 겁난 표정을 한 이는 없다. 모두 잠시 후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얼굴이 상기돼 있다. 날개클럽 윤청 회장은 "패러글라이딩은 사람들이 흔히 걱정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다"며 "욕심 부리지 않고 교관이나 선배의 명령에 잘 따르기만 하면 무엇보다 안전한 레포츠"라고 강조했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은 하늘이 겸손한 자에게는 자신을 열어 세상을 보여주지만 깜냥을 모르고 덤비면 가차없는 벌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장비의 무게는 약 15㎏, 사람의 무게를 합친대도 총 100㎏을 넘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둥바둥 해봐야 하늘의 입장에서는 '먼지' 수준도 안되죠. 넓은 하늘을 날다 보면 자연 앞에서 겸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구름 있는 곳까지는 쉽게 상승

패러글라이딩 스쿨 회원들은 일요일과 공휴일마다 정기적으로 만난다. 땅에서 발을 떼기 까지는 약 3회 정도의 강습이 필요하다. 그 전에는 장비를 취급하는 법이나 원리 등을 배운다. 그 후 낮은 슬로프에서 달리면서 발을 땅에서 잠깐씩 떼었다 붙이는 단계를 반복하며 훈련을 한다. 본격적으로 나는 단계는 아니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해본 이들은 처음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이 '그야말로 짜릿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발이 떨어지면 그 후에는 조금씩 기술을 늘려간다. 30m로 시작해 50m로 고도를 높이고 나면 300m 400m까지는 큰 문제 없이 올라갈 수 있다. 해는 10시께부터 땅을 데우고 오후 1∼2시면 대지가 달구어진다. 더운 기운이 상승한다는 원리에 따라 공기가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할 때가 패러글라이딩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시기다. 보통 구름이 떠있는 곳까지는 큰 힘 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그룹 비행도 가능하다. 한 회원은 "무전기로 서로 연락하면서 하늘을 떠다니면 마치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철새가 되는 기분이다." 라고 말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는 이들은 자동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세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날아 서울에서 동해까지 비행하기도 한다.

윤 청 회장은 두 명이 함께 타는 '탠덤(tandem)'도 패러글라이딩의 또 다른 묘미라고 설명한다. 한 사람만 패러글라이딩을 익숙하게 탈 수 있으면 나머지 한 명은 '공짜로' 하늘을 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조용한 하늘 위에서 '사랑해, 결혼해줄래?'라고 말해보세요. 아니면 그 동안 꺼내지 못했던 사과의 말을 건넬 수도 있겠죠.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는 기분을 만끽하다가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김신영 기자 ddagli@hk.co.kr

■ 장비구입·강습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장비에 지레 겁을 먹고 그만두기 일쑤다. 그러나 대부분의 패러글라이딩 학교에서는 장비를 대여해주기 때문에 시작부터 장비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안전을 위해 헬멧은 필수. 빌려 써도 되지만 머리에 맞춰 구입하면 15만원 정도 든다. 처음 배울 때는 편한 복장을 준비하되 산이나 하늘은 쌀쌀하므로 긴 팔과 긴 바지가 좋다. 전문 비행복과 비행용 신발은 각각 20만원 정도 한다.

패러글라이드와 몸을 걸치는 '하네스', 그리고 보조 낙하산 등을 포함한 풀세트는 약 300만원 정도로 몸무게와 수준을 고려, 교관과 상의해 구입한다.

강습 학교와 동호회를 겸하고 있는 '날개클럽'의 가입비는 30만원, 한달 회비는 6만원 선이다. 별도의 패러글라이딩 대여료는 받지 않는다. 5월 한달간 가입비 5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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