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에도 외국인 근로자 73명이 이곳을 찾았다. 바로 전 주보다도 환자가 15명이나 늘었다. 이날 내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통증클리닉 등 6개 과목 진료가 이뤄졌으나, 내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통증클리닉의 경우 2∼3시간쯤 기다리는 일은 예사였다. 통증클리닉 최윤근(57) 포천중문의대 건강학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육체노동을 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몸이 성한 데가 없다"고 전한다.이 센터는 최 교수를 중심으로 수도권의 의사 20여명이 지난해 2월 만들었다. 포천중문의대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일을 돕고 있다. 11개 과목에 대한 진료와 투약은 기본이고, 여기서 해결하지 못한 심각한 질병인 경우 종합병원과 협의해 입원 수술도 주선하고 있다. 이 경우 비용은 후원자단체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충당한다.
이날도 몽골 출신 근로자 아무가씨는 개인병원에서 작성한 소견서를 들고 찾아왔다. 위출혈로 사흘 전 병원을 찾았으나 적혈구 수치가 떨어져 걸어 다니는 것조차 위험한 상황. 하지만 경제적 형편 때문에 추가 치료를 엄두도 내지 못한 그를 최 교수 등은 당장 인근 분당차병원에 입원시켰다.
특히 몽골출신 근로자들 사이에선 '만능 병원'으로 입소문이 나있단다. 안저혈관성종양과 심장질환을 앓은 몽골인 2명이 이곳을 통해 수술까지 받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아루나(31)씨는 "몽골인들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돈 안받고 수술도 해주는 병원'으로 소문났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골병이 들었다는 선양(瀋陽) 출신 재중동포 이자임(70)씨는 "건강보험이 안돼 침 한 번 맞으려해도 7,000원 이상이 드니 벌이도 시원찮은 판에 병원 찾기가 어렵다"며 쑤신 다리를 내밀었다. 주사바늘이 살을 파고들 때마다 '아야, 아야'하는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이렇게 치료 받고 가면 당분간 견딜만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의료진이나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곤란한 경우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될 때. 서로 서툰 영어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아픈 곳을 설명하는 일은 간단한 일상 대화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진료센터의 풍경이 바뀌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는 물론이고 환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 진료센터가 개원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최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면 미국에 불법체류중인 한국인들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데 도움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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