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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월드컵 비리 몸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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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월드컵 비리 몸통이 보인다?

입력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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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대회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 전체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뒤바꾸었다. 대회유치 성공과 촉박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대회를 성공시킨 일에서부터,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한국의 4강 진출, 유례가 없던 길거리 군중응원, 수준 높은 질서의식, 세계를 감동시킨 인류애 등등은 우리 스스로 놀란 성과였다.그 감동의 잔치 1주년을 맞으면서 접하게 되는 월드컵 사업 비리는 가까스로 품게 된 한국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불쾌한 소식이다. 스포츠계나 지방 자치단체 관계자 일부가 연루된 것처럼 보도되던 비리에 지난 정권 최고 실세까지 연루된 간접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그 실세에게만 1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있을 듯 보이는 정치인들과 옛 청와대 관계자, 체육계 실력자, 국영기업 사장 등이 골고루 연루된 정황은 음식에 들러붙는 파리 떼를 연상시킬 정도다.

월드컵 휘장과 관련된 사업, 대회 홍보관 설립권 등을 둘러싼 이권 쟁탈전은 마치 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상표권 침해와 폭력사건 등으로 말썽을 일으켜 국제축구연맹의 불신을 산 업자가 이권을 따낸 배경에 정권 최고실세가 있었다는 정황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업자가 이 실력자의 위세에 눌려 업권을 강탈당했다니 월드컵 성공 운운하기도 부끄러워진다.

얼마 전까지 서울의 중요 지하철 역에는 월드컵 휘장을 사용한 의류 넥타이 등등 월드컵 상품 덤핑처분 점포가 있었다.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다는 TV 뉴스가 이 비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생각에 이르자, '부정과 부패는 호환(虎患)보다 무섭다'던 옛말에 실감이 느껴진다. 혼자의 배를 채우기 위해 수 많은 서민의 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들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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