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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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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계단

입력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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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출입이 잦은 산의 등산로는 돌이나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등산로의 경사가 급해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나거나 오르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 누가 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계단을 만든 것 같다.그런데 이 계단이 노약자가 오르내리기에는 너무 높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계단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길을 내어 다니는 바람에 등산로가 두 배 세 배로 넓혀져 산림을 훼손하게 된다. 계단 옆에 만들어진 길을 '인지상정'이라고 한다면 계단길은 '비인간, 몰인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제 하기 편하게, 좋은 대로 기준을 정해서 일하고 실제로 사용할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위주로 일을 하니 이런 일이 생긴다.

사람은 없고 목표만 있다. 등산로 계단 공사는 공사 뒤에 공사한 사람들이 직접 열 번씩 오르내리도록 해보자.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게 하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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