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면 거위간, 이탈리아는 스파게티와 피자, 그러면 스페인은? 스페인 음식이 우리의 입맛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음식'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최근 스페인 음식 전문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5월 한달간 스페인 요리 축제들도 줄줄이 열리고 있다.스페인 음식, '양식 같지 않은 양식'
흔히 양식이라 하면 고기와 밀가루가 기본.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페인의 대표 음식은 특이하게도 쌀을 주재료로 삼는다. 바로 '빠에야'. 스페인은 유럽에서 쌀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다.
빠에야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밥 요리다. 스페인식 철판 볶음밥으로 생각하면 된다. 닭고기와 양파, 마늘 등을 볶다가 쌀과 생선 육수를 붓고 새우, 조개 등의 해산물을 얹어서 만든다. 완성되면 고운 노란색이 난다. 언뜻 커리라이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노란 색이 나는 것은 향신료인 사프란을 넣기 때문. 붓꽃과로 얼얼한 향을 내주면서도 노란 색을 내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샤프란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 특히 한 송이에서 세 가닥밖에 얻지 못하기 때문에 1㎏의 샤프란을 얻으려면 무려 16만 가닥을 손으로 다듬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간간이 맛보기 정도로나 소개됐던 빠에야 전문점이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지하에 들어섰다. '빠에야 돈키호테'. 주인은 스페인에서 10여년 간 생활했던 김문병(57·스프링겐 트레이딩 대표), 김지현(31) 부녀다.
원양어업 회사에 근무하다 스페인과 인연을 맺게 된 아버지 김씨는 스페인과 무역 거래를 해 오다 아예 스페인 음식 전도사로 나서게 됐다. 안살림은 스페인에서 16년간 살았던 딸 지현씨의 몫. 현대백화점 식품담당인 연순모 이사와 얘기하던 김씨는 '유통매장에서도 스페인 전문음식점을 열어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실행에 옮기게 됐다. 지현씨는 "올리브유를 사용, 밥을 볶아 소화가 잘 된다"고 자랑한다. 참치와 해산물, 매운 정어리 빠에야 세 종류로 한 그릇에 7,000∼7,500원.
한국인 같은 스페인 사람들의 입맛
유럽에서 마늘을 잘 먹는 나라로 알려진 건 이탈리아.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도 이에 못지 않다. 아침에 마늘을 갈아 빵에 발라 먹을 정도다. 음식에 마늘과 고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강하고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음식이 잘 맞는다. 고기도 프랑스에서라면 소스와 크림이 듬뿍 들어가겠지만 스페인에서는 간단한 후추와 소금을 뿌리는 것이 전부다.
때마침 2003년은 주한 스페인대사관이 정한 '스페인의 해'. 5월 한달간 서울 시내 호텔 곳곳에서 스페인 요리 축제가 벌어진다. 차가운 토마토 수프 격으로 몸에 금방 흡수되어 원기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가스파쵸, 모듬 야채구이인 에스깔리바다 등 갖가지 일품요리들을 스페인 요리사들이 직접 조리한다. 스페인 소믈리에가 방한, 스페인 와인을 소개하는 기회도 갖는다. 스페인 대사관의 세자르 에스빠다 영사 겸 공보관은 "유럽의 서남단에 위치, 아프리카와도 인접한 스페인은 생각외로 외국 문화에 관대하다"며 "한국인들이 스페인 음식을 일단 알고 나면 이탈리아 음식 못지 않게 좋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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