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1일 5·18 기념식장에서의 한총련 시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논쟁 등 최근의 국정혼란 사태와 관련,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A3면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총련 시위 등을 사과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5·18 행사 추진위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뒤 "전교조도 자기 주장만 갖고 국가 기능을 거부해 버리는데 (그러면) 국가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는) 내 개인적 감정의 문제가 아니며, 이 상황으로 가면 대통령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거듭 착잡한 심경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기강 확립 및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매우 이례적이고 극단적 형태로 표현한 것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 노조 등 각종 이익단체, 시민·사회단체의 집단 행동에 대해 보다 확고하게 대응할 의지가 있음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이날 5·18 행사 추진위 간부들이 학생 시위가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언짢은 것 있으면 푸시고 5·18의 특수성을 감안, 상가집에서 있었던 일에 관용을 베풀어 주실 것"을 요청한데 대해 "(마음이) 넓고 좁고의 문제가 아니며, 화가 나고 기분이 상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요 근래 제가 부닥치는 문제가 너무 어렵고, 이 문제 말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데 각자가 자기 행동에 대해 결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어른들도 젊은 사람이 잘못하면 나무랄 줄 알아야 하며, 젊은 사람의 주장에 일리가 있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면 사회를 어떻게 꾸려가자는 얘기냐"고 말했다.
조광한 청와대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을 편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안타까움을 말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간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경남 진해의 청해대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번 휴가에는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부부가 동행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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