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 등 3당 대표 및 비서실장, 대변인과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 등 10명이 21일 청와대 만찬 후 강남의 호화 술집에서 '2차 술판'을 가졌다.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에다 경제난까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 지도층 인사들의 이날 술 자리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들 10명은 오후 9시께부터 2시간 30분 동안 폭탄주를 마시며 노래도 몇 곡씩 불렀다. 이들이 찾은 서울 서초동 J 술집은 룸살롱이었다가 최근 음식점을 겸하는 식으로 구조를 바꾸었으나 여전히 강남에서도 가장 술값이 비싼 업소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가 평소 자신의 측근인사나 기업가 등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고,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도 이곳을 자주 이용, '황태자 클럽'으로 불리기도 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 비서실장은 "폭탄주를 몇순배 돌린 뒤 박 대표가 먼저 '목포의 눈물'을 불렀고 정 대표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화답하자 김 총재가 '너와 나의 고향'으로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특별한 의미는 없는 그냥 술자리"라고 설명했고,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힘을 합칠 때는 합치자는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술집으로 찾아가 확인을 요구하자 관계자들이 나와 출입을 막는 등 술자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술자리는 정 대표와 김 총재의 제안으로 즉석에서 성사됐다. 김 총재는 만찬 직전 "1960,70년대에는 여야가 심하게 싸워도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인간적인 정을 유지했는데 (요즘은) 그런 정리가 사라져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정 대표는 김 총재가 "국회에서 심하게 대립해도 저녁에는 가슴을 뜻뜻하게 덥혀야지"라고 거듭 강조하자 "오늘 밤에 하시죠"라고 제안을 했다. 술집까지는 김 총재의 승용차가 선도했고, 정 대표 등의 승용차가 뒤따랐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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