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관리 잘 하기로 소문난 제작자 A씨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여배우를백화점 명품 매장으로 ‘모시고’ 마음껏 쇼핑을 즐기게 한다. 영화 출연제의를 받거나 매니지먼트사를 옮기기 직전의 남자 배우 B씨는 술 독에 빠져 산다는 얘기도 들린다.‘작품’의 주연인데 TV에 나가서 관심도 없는 주제를 즐거운 척하며 박장대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영화 사랑해 주세요” 한마디를 위해 쟁반으로 머리 맞으며, 물 대포 맞아가며 영화를 홍보해야 하는 일이란고역이다. 당연히 제작자 자신도 무리한 요구라는 걸 알기에 외아들 비위맞추기보다, 며느리와 싸운 시어머니 기분 풀어드리기보다 더욱 극진하게배우들 비위를 맞춘다.
엄청난 개런티를 받고, 영화 흥행과 상관 없이 이런 저런 보너스까지 받는배우를 보자면 배우들의 횡포가 지나친 것 같지만, 그것도 실은 모두 ‘기브 앤 테이크’다.
쇼 비즈니스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착취’ 산업이다. 제작자는 감독과배우를 착취하고, 감독은 배우의 이미지를 이용하며, 배우는 둘을 활용해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재미있는 것은 셋은 일방적 지배와 착취 관계가 아니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이며 셋의 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상태, 즉 발이 셋 달린 솥단지처럼 정립(鼎立)해야 ‘흥행 영화’가 나온다는것이다.
최근 신생 영화 제작사들이 이 업종에 진입했다가 황당한 꼴을 당하는 수가 많다. 주로 유명 배우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다가 끝장 나는 경우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람조차 건지지 못한다. 작품보다는 자기 이름 값 올리는 데만 급급한 배우의 요구를 다 들어 줘 가며 영화를 다 찍어놓고 보니 마음에 드는 컷이 없었다는 제작자들의 푸념도 들린다.
결국 배우를 현장에서 직접 ‘조종’하며, 배우의 이미지와 몸을 최대한‘이용ㆍ활용ㆍ도용’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그러나제작자가 명품 사주며 길들인 배우와 ‘월급 감독’ 사이에 신뢰가 쌓이기란 쉽지 않다. 어지간한 명성을 얻지 않고는 배우와 제작자의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할리우드형 신인 감독이 우리나라에도 여러 명 생겨나고 있다.
제작자와 배우가 이러쿵저러쿵 감독에게 요구, 이에 불응하면 “나가 있어"하면 어쩌니.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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