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업을 경고한 노조들의 현안은 노사간 문제보다는 노정간에 풀어야할 사안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노동계의 잇단 파업 예고로 노정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정부가 노조에 밀려 약세로 몰린 모습을 보이면서 노조의 투쟁심을 북돋워 준 것이 파업대란의 전야에까지 이르게 된 1차 원인이다. 또한 정부는 때로는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때로는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서비스, 교육현장, 대중교통의 마비 등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파업을 무작정 무기로 내세우는 노조의 극단적인 이익단체적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전공노와 전교조
원래 5,6월은 노동계가 임·단협을 집중시키는 시기여서 파업이 다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양상이 다르다. 임금이나 노동 조건의 개선을 둘러싼 노사분규보다는 노조가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공공 파업이 주류이다.
이 같은 분규의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교조 사태. 전공노는 완전한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며 22∼23일 10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집단연가 형식의 파업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폐지를 주장해온 전교조는 28일 연가투쟁을 강행키로 했다. 특히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 가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경고했는데도 전공노와 전교조는 파업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두 사태는 정부가 장기간 적절한 타협안을 제시하지 못한데다 노조도 지나치게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 파업-징계-투쟁격화의 악순환이 재현할 소지가 매우 크다.
조흥은행과 서울시버스노조
조흥은행 노조도 정부의 일괄매각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29일 하루동안 시한부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간·지선 버스노선 개편과 준(準)공영화를 골자로 한 서울시의 시내버스 개편방안에 반발, 내달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두 사태는 정책결정과정에서 노조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고 노조측은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여파
화물연대의 대정부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아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건설교통부에 화물업계와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세 보조를 요구하며 실력 행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골육지책으로 후퇴한 것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재능교육노조가 23일까지 부분파업을 벌이고, 레미콘지입차주들로 이뤄진 건설운송노조가 23일부터 준법운행에 돌입하기로 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특수고용직인 화물연대가 정부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는 점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정부도 노조도 문제
극단적인 실력행사 앞에 무기력하게 밀리는 정부와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노조 모두에 혼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화물연대파업 사태 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정부가 투쟁이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서 요구를 들어준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은 대처 방식 때문에 노조들이 합리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수위 높은 투쟁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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