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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국어 홀대" 서울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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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국어 홀대" 서울시장님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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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서울 Green 청계천'- 지하철 객차 안에 붙은 서울시의 광고문이다. 세계화를 핑계로 우리말을 천시하고 영어를 우대하는 일이 모든 이의 습관이나 신조가 된 듯하다. 신문, 잡지, 텔레비전은 앞장서서 우리말을 영어로 바꾸고 있다. 그러면서 짐짓 청소년들의 통신언어를 걱정하는 체 한다. 그것이 정말 걱정스러우면 자신들이 저지르는 국어 파괴의 실상이 어떤지 돌아보기 바란다.서울특별시는 그 상징 구호를 'Hi Seoul'이라고 정했다.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세계화 시대라 외국인들이 알아듣고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제 서울은 외국인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는 뜻인가? 그 서울시가 'Hi Seoul 페스티벌'을 연다고 붙인 포스터는 'Open your Seoul'이라고 외친다. 당신들의 서울을 열라! 멋있는 구호다. 그런데, 당신들의 서울이라니 분명히 서울 시민들에게 하는 소리일텐데, 왜 서울 시민의 언어인 한국어로 하지 않고 영어로 했을까? 이것도 외국인에게 '서울 시민들이 자기를 연대요!'라고 알리기 위해서일까? 아니 그런 자세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영어로 하는 게 멋있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이 자질구레하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요즘 우리들의 국어 실력은 나날이 형편없어지고 있다. 통계숫자가 증명한다. 일본인들이 영어 쓰기를 좋아한다지만 그들의 일본어 실력은 우리의 한국어 실력보다 훨씬 높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과연 문화국민이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기업이 앞장서서 영어를 떠받들고 언론, 방송이 국어 파괴에 열심이더라도, 적어도 공공기관은 그래서는 안 된다. 당신들은 외국인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자유로이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말쯤은 파괴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한다고 외국인이 얼마나 더 들어오고 관광 수입이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외국인은 한국에서 한국적인 것을 보기 원한다는 초보적인 사실도 모르는가?

외국인을 위해서라면 그들이 자주 가는 곳, 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서 외국어 서비스를 해주면 된다. 아무리 외국인 유치가 절실하더라도 그것이 내국인을 경시하거나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외국 공항에 가면 외국인이라서 줄을 늘어서고 한국 공항에 오면 내국인이라서 또 줄을 늘어선다. 세계화의 모습이 정말 이래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더라도 그 습득과 사용이 한국어를 죽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더구나 청계천 복원이 외국인과 무슨 연관이 있길래 'Hi 서울 Green 청계천'일까.

지금 국어는 위기에 빠져 있다. 그 가장 중요한 범인은 바로 정부다. 정부가 앞장서서 영어 우대, 국어 천시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국어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중요한 한 까닭은 정치지도자나 공무원들 중 국어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나아가, 이 사회의 주류 엘리트들 중에는 물질적 성장과 균형 맞추어야 할 정신과 문화의 깊이, 그리고 여기서 차지하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할 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니 이들은 '경쟁력' '성장' '시장', 이런 것들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이를 저해한다고 그릇 믿는 모든 것들에 적대감을 느낀다. 그 중에서도 모국어는 밀어주는 세력이 없으니 언제나 뒷전이고 천덕꾸러기다.

국어의 중요성을 알기에는 아직도 우리의 정신 수준이 너무 유치하다. 그것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이 요즘 서울특별시의 언어 생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이명박 시장께서는 지금이라도 국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무분별한 영어 남용으로 우리의 가장 소중한 문화 자산을 파괴하는 일을 중단하기 바란다.

김 영 명 한림대 사회과학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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