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은 15일의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언급됐던 '대북 추가 조치'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공표될지가 초점이다.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일단 한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일 공조 북·미·중 3자 회담의 계속과 한·일의 참가 추진 등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정상은 동시에 북한이 사용 후 핵 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탄도미사일을 실험 발사하는 등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경우의 '추가 조치'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때보다는 강도 높은 언급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부시와 고이즈미는 이미 "북한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대북 협상 자세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군사행동만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두 정상은 대북 송금·무역 정지, 마약·위조지폐 단속 강화, 대량살상무기 전용이 가능한 물자의 거래 규제 강화 등 유엔 결의 없이 상호 협조로 가능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안들은 새로운 경제제재라기보다는 현행법을 강화·적용하는 것으로 일정한 대북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3국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압박수단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인 납치 문제 장기화로 여론이 대북 강경론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고이즈미로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일 정상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으로만 보일 경우는 여전히 유화적 입장인 한국과의 불협화음이 부각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이 점을 고려해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초 검토했던 공동성명은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미·일 정상회담은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주고 한국을 배려하는 '대화와 압박의 동시 구사' 수준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부시 대통령 개인 목장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라크 전후 복구에 일본 자위대를 파견하는 문제, 일본의 경제개혁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이 일곱번째인 두 정상의 만남은 22일 오후 목장 산책과 만찬 및 식후 간담회, 23일 오전의 정상회담과 오찬 간담회 등 잠자는 시간을 빼고 무려 8∼10시간 함께 지내는 일정으로 짜여져 친밀도를 과시하게 된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