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5월 29일은 인류가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날이다. 50년전 이날의 주인공이었던 에드먼드 힐러리(83)경은 20일 모든 산악인과 인류에게 따끔하고도 소중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힐러리 경은 이날 "충만감에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섰지만 그것이 종국적 목표가 아닌 시발점이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인도 정부가 주최한 초등 50주년 기념 모임에 참석한 그는 그날의 의미를 도전정신으로 요약했다. 6년 전 고 고상돈씨의 에베레스트 등정(77년) 20주년을 맞아 방한했던 그가 "인생도 순간순간 마다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 산에 오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는 얘기이다.
그의 메시지는 산악인들에게게 쓰여지는 전문 용어 '힐러리 스텝'에 비유된다. 정상을 몇 m 앞두고 숨을 헐떡이며 걸어야 할 죽음과도 같은 몇 걸음을 지칭하는 것이 힐러리 스텝이다. 백발의 힐러리는 인류가 온몸을 던져 도전하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는 순백의 도전 정신을 훼손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상업주의를 꼽았다. "요즘 6만 5,000달러로 유능한 셸파를 고용해 수월하게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은 가이드 투어이다. 진정한 산악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싸구려 상업주의에 대한 분개이다. 산소통 쓰레기로 뒤덮혀 있는 지금의 에베레스트의 모습에 대해서도 개탄했다. 목적을 위해 여정을 훼손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에서 진정한 도전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때마침 외신들은 초등 50주년 특집 기사를 통해 쓰레기로 뒤덮힌 에베레스트의 오늘을 조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으면서 정상에 함께 오른 셸파 텐징 노르게이(86년 작고)를 기리면서 말을 마쳤다. 그는 등반 도중 크레바스에 떨어질뻔 했던 자신을 구해준 텐징이야말로 진정한 동반자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그는 "텐징과의 팀웍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며 함께하는 도전의 의미를 일깨웠다.
힐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발을 디딘 이래 지난해 말까지 세계의 젊은이 1,630여명이 같은 자리에 섰고 이중에는 한국 젊은이 38명이 포함되어 있다. 초등 50주년을 기념해 세계 산악인 100여명은 조만간 에베레스트를 함께 오르는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며, 네팔 정부도 성대한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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