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병이라 할만한 대표적 만성질환인 당뇨병. 30세 이상 성인의 10명 중 한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 특히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은 비만이 심하지 않거나 젊은 층에서도 발병한다. 그러나 여전히 당뇨병 환자의 절반은 자신이 환자인 사실을 모르며, 당뇨병 전단계에서 조기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꾸준한 관리가 최선인 당뇨병에 대해 3회에 걸쳐 조기진단, 식사와 운동요법, 합병증관리, 최신 약물요법, 1차적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이 홍 규/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당뇨병은 각종 급·만성 합병증을 유발해 여러 질병 및 장애, 조기 사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95년 전세계 당뇨병 환자를 12억4,700만명으로 추산했고 2000년에는 15억3,900만명으로 예측했다. 현재 추세라면 2025년에는 29억9,1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활습관이 서구화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서 당뇨병 유행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인 10명 중 한명 당뇨
국내 조사에서도 1971년 당뇨병 유병률은 1.5%에 불과했으나 1990년에는 7.9%로 늘었다. 1998년 전국표본조사에서는 30세 이상 성인 10명중 1명이 당뇨병으로 밝혀졌다.
당뇨병에 의한 사망도 증가해 1988년 10만명당 7.4명에서 1998년 21.1명으로 3배나 늘었고, 2001년 23.8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은 남성 사망원인 중 8위, 여성 사망원인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뇨병 환자의 30∼50%는 자신이 당뇨병인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물과 식사를 많이 찾고, 피로하며, 체중이 감소하는 것 등이 당뇨병의 전형적 증상이나 이를 느낄 때쯤이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당뇨병은 진단되기 9∼12년 전부터 진행돼 진단 시점에 이미 당뇨병성 미세혈관합병증이 있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
당뇨병을 조기 진단한다면 적기에 효과적으로 당뇨병을 관리, 당뇨병 상태를 역전시키거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뇨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당뇨병의 치료와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구에게 필요한 검사?
그렇다면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먼저 45세 이상의 성인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병의원을 방문했을 때 당뇨병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검사법은 공복에 혈중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추천된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3년마다 재검사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45세 미만인 경우 다음과 같은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특히 검사가 필요하다. 즉 비만한 사람 부모, 형제 중에서 당뇨병이 있는 사람 갈증, 다음, 다뇨, 다식, 피로감, 체중감소 등 당뇨병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 고혈압,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중인 사람 당뇨병은 아니나 혈당이 높다고 진단받은 사람 임신성 당뇨병 진단을 받았거나 거대아를 분만한 적이 있는 여성 혈당을 높이는 약물(다이아자이드계 혈압 강하제, 부신피질호르몬 신경통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1,2년마다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방법
당뇨병의 진단은 8시간 이상 공복인 상태에서 혈중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여 진단한다. 간단한 혈당 측정기가 이용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피를 뽑아서 검사한다. 당뇨병 증상은 없지만 공복 혈당이 정상보다 높은 경우엔 당부하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역시 8시간동안 금식한 후 75g의 포도당을 먹고 2시간 후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당뇨병의 전단계인 내당능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필요하다.
공복 혈당이 126㎎/㎘, 당부하검사 혈당이 200㎎/㎘를 넘는 결과가 2회 이상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뇨병은 아니지만 정상보다는 혈당이 높은 경우를 공복혈당장애 또는 내당능장애라 한다. 이 경우 증상은 없을 수 있으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인보다 3배 높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이중 약 7%가 매년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결국 5년이 지나면 35%에서 당뇨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기 검사가 꼭 필요하다.
장 학 철/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대표적 만성 질환인 당뇨병의 치료는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급·만성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많은 당뇨병 환자들은 획기적으로 당뇨병을 완치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대로 민간요법에 기대는 경향이 크다.
민간요법의 종류는 약 150여종에 달하며, 당뇨병 환자의 약 70%가 민간요법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압, 단식, 자석 등도 있지만 대부분 먹는 식품, 특히 식물성이다. 달개비, 알로에, 율무, 홍삼, 양배추, 날콩, 누에, 번데기 등이 있다.
민간요법의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환자 한사람이 민간요법에 쏟아 붓는 비용이 평균 300만원이나 됐다. 또 민간요법을 사용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민간요법을 사용 후 혈당조절이 나빠졌다고 하니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요법의 긍정적 측면이라면 경험적으로 얻어진 효능을 토대로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판매업자들이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고 있다. 사실상 시중에 나온 혈당조절 식품 중 정밀한 임상연구에 의해 효과가 검증된 것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혈당조절에 나쁘지 않다고 해도, 고가의 비용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식사와 운동요법과 같은 기본적인 치료법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스로 절제하여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박 경 수/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포도당이란 음식물 중 탄수화물이 소화돼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필수적인 영양분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려면 포도당이 혈액에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중의 포도당을 세포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혈당을 낮춘다. 만약 여러가지 이유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면 체내의 포도당이 혈액에 쌓여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데 이것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만성질환으로 관리할 수는 있으나 완치할 수는 없다.
당뇨병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혈당이 높은 것은 공통적이나 각각 원인은 다르다. 제1형 당뇨병은 우리 몸의 면역기관이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를 파괴해 발생한다.
이 경우 아예 인슐린이 생산되지 않아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제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예전엔 소아에게는 대부분 1형 당뇨병만 생겨 1형을 소아당뇨라 불렀으나 최근엔 비만 등으로 소아에게도 2형 당뇨가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끝으로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에 따른 호르몬 변화에 의해 생긴다. 대부분 출산 후 혈당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다.
제2형 당뇨병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다. 부모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녀가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은 30% 정도이며, 한 쪽이 당뇨병인 경우는 15% 정도이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전부 당뇨병 환자가 되지는 않는다.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데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 불규칙한 식사 등이 그것이다. 비만은 인슐린의 작용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해 인슐린 요구량은 높아지고, 췌장을 무리하게 만들어 결국 당뇨병이 생긴다. 따라서 당뇨병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률도 높아진다. 과식은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고, 직접 당뇨병을 유발하므로 탄수화물(설탕 포함)과 지방의 과다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운동부족 역시 비만을 초래하고 근육을 약화시키며 저항력을 저하시킨다. 우리 몸에 오래 축적된 스트레스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저항력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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