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가 술렁이고 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도시가 세워진 지 꼭 300년. 다음주 1주일 동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도시 건립 30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벌어진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행사를 단순한 도시 축제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50개국의 정상을 초청했다.정상 외교 불꽃
1주일 동안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행사의 백미는 31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세계 각국 정상들의 연쇄 회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50개국 정상들이 이번 행사에 한꺼번에 참여한다.
참여 정상들의 숫자가 많은 만큼 연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현안도 포괄적이다. 특히 이라크 재건, 북한 핵 문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등 국제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상트 페테르부르크 연쇄 정담 회담에 쏠리는 국제 사회의 이목은 어느 때보다 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대 테러전, 전후 이라크 재건,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한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기회를 활용,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훼손된 양국 관계를 복원시킨다는 전략.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주석직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서, 중―미, 중―러, 중―일 회담을 잇따라 갖고 북한 핵 문제 등을 의제로 국제정치 무대에 본격 나선다. 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시장 창설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행사 준비
러시아는 이번 행사를 위해 모두 13억 달러를 투입해 도시의 모든 역사적 기념물에 대한 보수 공사는 물론, 공항, 숙박시설 등 도시 기반 시설까지 말끔히 재정비했다.
1만5,000명으로 추정되는 50개국 정상 방문단과 수만명에 이를 각국 관광객들을 맞는다는 점에서 치안도 중요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사 기간 동안 모든 개인 경호 경비 인원들은 무장이 해제되고 총기 관련 상점들도 영업을 정지하게 된다. 시내로 통행하는 차량에 대한 엄격한 통제, 요주의 극우주의자 단속, 주요 시설물 보안을 위해 3,500명의 추가 경찰 병력이 시 외부에서 투입됐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북서부에 있으며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약 640㎞ 떨어져 있다. 1703년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름이 지어졌으나 1914년 페트로그라드로 바뀌었고 1924년 레닌 사후 레닌그라드로 개칭됐다. 1991년 구 소련 붕괴 이후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의 현장이며 2차 대전 중에는 독일군의 포위공격을 끝까지 버텨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푸틴 정권 출범 이후 이 도시 출신 정치 경제 엘리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계 일각에서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의 '의회 및 수도 이전'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와 연결이 추진되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기종점으로 물류, 서비스,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아가며 러시아의 '세계를 향한 창'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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