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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먹겠다" 발언/盧 "국정체계 흔들릴라" 절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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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먹겠다" 발언/盧 "국정체계 흔들릴라" 절박감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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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5·18 광주 시위 등을 예로 들면서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한 것은 그가 느끼고 있는 절박한 상황 인식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 움직임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위 사태가 노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한 '저자세 굴욕 외교'라는 비판적 시각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방미 외교에 대한 비난으로 자신의 지지기반이 이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등 각종 이익단체의 집단적 욕구 분출이 일상화될 경우, 자칫 국정 운영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방미 외교에 대한 비판 세력의 범위가 집단적 행동 세력의 범위와 중복된다는 점이 노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노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과 관련된 발언은 물론 과장된 표현이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논란이 일고 있다. 진의와 관계없이 국정운영의 자신감 상실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취임 100일도 채 안돼 노 대통령이 이런 심경을 피력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의 방미 결과에 대해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라는 점만이 강조될 뿐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대북(對北)·대미(對美) 관계, 나아가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앞에 나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외부의 불안 요소 뿐만이 아니라 내부적인 경험 미숙 및 준비 불충분, 국정 담당자들의 비자발성 및 소극성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의 앞서 가는 발언, 즉 경중을 가리지 않고 국정의 모든 사안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는 행동 양식이 각 행정 부처의 소극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등의 자극적 표현을 하고 있는 근저에도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이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식, 또는 모든 것에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는 앞으로 똑 같은 위기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노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통해 국가기강을 문란케 하는 집단적 불법 행위를 용납치 않겠다는 의지를 한층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지지기반에 대해 이렇게 가다가는 개혁 세력 내부의 불협화음을 넘어 반 개혁세력에 역전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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