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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 "미달땐 실업대란" "집착땐 거품초래" 성장률 "4%死線"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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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 "미달땐 실업대란" "집착땐 거품초래" 성장률 "4%死線" 논란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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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경제성장률 4%는 마지노선이며, 이보다 내려가면 고용대란이 발생한다"고 밝힌 이후 '4% 성장률 사수' 방침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 카드채 대란, 신용불량자 급증 등 저금리체제가 가져온 경제시스템의 리스크가 폭발 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굳이 4%에 집착해 안정을 등한시하는 정책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박 총재는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실업자가 10만명 늘어난다"며 "연간 증가하는 20만명의 경제활동인구를 흡수하려면 최소 4% 성장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고용대란이 일어나면 경제에 대한 국민 신뢰의 근본이 훼손된다"며 "안정에 다소 소홀해도 4%대 성장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돈 될 곳은 오로지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마당에, 또 정부의 온갖 '찍어 누르기'식 집값안정 대책이 전혀 약효가 없는 상황에서 4% 방어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리를 내리면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바라는 것은 '집에 불을 지른 후 불이 안 나도록 해봐라'는 격"이라며 "성장률이 조금만 내려가도 돈을 푸는 식의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불안, 신용불량자 양산 등 총체적 위기를 불러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연대식 고성장 신화에 집착해 성장률을 4%이상으로 고정시켜 놓으면 쓸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성장과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말고, 고성장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라"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박재하 거시금융팀장은 "4%가 언제부터 우리 경제의 목표치가 됐느냐"며 "갑자기 튀어나온 숫자 4%에 얽매여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큰 금리인하 카드를 자꾸 써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적정수준의 성장률 유지는 꼭 필요하다. 갑작스런 성장률 추락은 실업과 기업도산 급증으로 이어지고, 이미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가계 빚은 대거 부실화해 신용불량자를 폭증시키는 등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투기광풍에 휩싸이고 가계는 저금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마당에 4% 턱걸이를 위해 득보다 실이 많은 부양책을 무리하게 동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씨티은행은 20일자 보고서에서 "성장률 마지노선 4%만 제시하고 고점은 제시하지 않는 기회주의적 방식은 훗날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며 "한은의 성장우선책은 자칫하면 부동산 버블과 함께 중앙은행 권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대희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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