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방송돼 큰 호평을 받은 MBC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가 25일 오후 11시30분 후속편 '바람의 승부사, 치타'를 방송한다. 20일 시사회에서 먼저 만난 후속편은 한국식 자연 다큐멘터리의 독특한 정서가 듬뿍 배어 있었다. 이미 BBC, NHK 등 세계의 유수 공영방송이 수십년 전부터 천착해 온 아프리카 자연 다큐와의 차별성을 어디에 둘 것인가. 아프리카 자연 다큐에 대한 노하우 부족, 짧은 촬영기간, 열악한 방송장비 등의 악조건 속에서 제작진은 재미를 무기로 내세웠다. 최삼규 PD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백과사전 식으로 나열하기 보다 가족스토리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전편의 사자, 누에 이어 이번에는 치타를 주로 다룬다. 최고시속 112㎞로 달리는 치타는 화면에 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낮에는 거의 활동이 없고 홀로 살아가는 습성 탓에 극적 요소가 부족하다. 제작진이 지난해 1차 출장 때 처음 조우한 새끼 치타 3남매를 집요하게 추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덕분에 제작진은 어미 치타가 새끼 세 마리를 거느리고 세렝게티 초원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고화질(HD)로 담아 다시 한번 대자연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게 됐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열대성 야생동물이 자연 그대로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연국립공원이다. 이곳에서는 오늘도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있다.
'치타스'라고 이름 붙여진 치타 3남매의 생활도 다르지 않다. 사자와 하이에나는 훗날 먹이 다툼의 경쟁자가 될 치타 새끼를 잡아 먹는다. 어미 치타가 맹수를 피해 새끼를 외진 곳에 숨겨두고, 사자와의 싸움을 피하기 위해 어렵게 잡은 먹이감도 선선히 내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미 치타는 생후 3개월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새끼 치타에게 사냥법을 가르친다.
어미 치타가 사냥 기술을 다 가르친 후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카메라는 치타 3남매가 어떻게 대자연에 적응해 나가는지 비춰준다. 제작진은 어미를 잃고 무리에서 낙오한 누 새끼가 방황하는 모습이나, 어미 치타에게 구애하기 위해 수컷 치타 세 마리가 치타 삼남매를 포로로 잡아두는, 보기 드문 광경도 화면에 담았다.
최 PD는 시사회가 끝난 뒤 "한 컷 한 컷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6명의 제작진은 지난 2월 말부터 50여일간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촬영하면서 숱한 고생을 했다. 야외텐트에서 생활해온 탓에 카메라맨 백승우씨가 풍토병에 걸려 본국으로 철수해야 했고, 촬영 감독 박화진씨는 말라리아로 병원 신세를 졌다. 제작진이 짧은 촬영기간 동안 한편의 작품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저인망식 촬영 방법 때문이었다. 최 PD는 "현지인에게 한국 사람은 독하다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찍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작품은 45분물로 제작비가 1억5,000만원을 상회한다. 극적인 장면을 쫓아다녀 소재주의에 치우친 측면도 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아프리카 초원의 자연 생태는 이색적인 볼거리가 될 만하다. 다만 온 가족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심야 시간대에 편성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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