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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의 언론보기]"오보 뒤처리" 양심의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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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의 언론보기]"오보 뒤처리" 양심의 척도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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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대형 오보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뉴욕타임스는 수개월에 걸쳐 고의적으로 기사를 조작하고 남의 기사를 베낀 기자를 즉각 해고했다. 연합뉴스는 북한 '길재경 망명' 기사가 오보로 드러나면서 국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사실과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삼는 언론이기에 오보는 부끄러운 일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였던 고 캐서린 그레이엄은 "오보를 날린 기자들을 죽이고 싶다", "당신도 기자들이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쓴다면 분노할 것이다"라고 오보에 대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보를 100% 막기는 힘들다. 오보는 기자 개인의 자질이 문제되거나 취재시스템과 언론사 속성 등 구조적 원인 때문에 수시로 발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보가 발생한 뒤 문제점을 풀어가며 대응하는 자세이다.

연합뉴스는 정정보도에 이어 '길재경 망명설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고를 통해 "결과적으로 철저하게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대목"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1주일간 조사하여 기사조작과 표절, 사실 왜곡 등의 결과를 자세히 싣고 이를 사과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경영진은 취재, 사진 및 편집기자 수백 명이 참석한 사내 비상회의에서 회사측 경영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며 사과했다. 뉴욕타임스의 자매지로 오보 기자가 잠시 인턴 겸 프리랜서로 일했던 보스턴 글로브도 자체 조사를 하고 있으며 잘못이 드러나면 독자들에게 솔직히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이 오보를 솔직히 사과하고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자세야말로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언론의 자세는 외부에서 강제할 수 없는 일이다. 오보에 대한 사과는 신속하고 자주할수록 바람직하며 그럴 경우 독자에게 '양심적' 언론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사과나 정정을 마치 자사 이미지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으나 이는 단견일 뿐이다. 오보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끝까지 진실을 덮어버리는 것은 공정보도의 책임을 방기한 오만함일 뿐이다. 언론사들이 솔직하게 오보를 사과하는 자세는 타사에 모범이 되고 언론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과거의 진실에 대한 반성의 태도이다. 최근 KBS가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도하면서 시청자에게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KBS는 뉴스시간 내내 진상을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계엄군의 시민살해에 분노한 사람들은 모두 극렬한 폭도였고 군대가 국민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일은 모두 정당한 일이 되고 말았다. 화면 속의 광주는 어처구니없게도 평화로웠다. KBS는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감추는 데 성공했다. 끝까지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죄를 짓고 말았다."

이렇게 KBS가, 아니 언론이 자사의 과거 행적에 대해 솔직하게 반성한 것은, 아마 해방 직후 매일신보(현 대한매일)가 일제하 자신의 반민족적 행적에 대해 사과 기사를 게재한 이후 처음일 것이다. 언론은 유신정권, 전두환 정권 내내 왜곡편파보도를 자행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였다. 또 안보상업주의 속에서 평화의 댐 오보, 김일성 사망 오보, 성혜림 망명 오보 등 무수히 북한관련 오보를 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한 보도에 대해 그 후에라도 반성을 하는 기사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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