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비·저공해 차량 개발 없이 한국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없다." 한국자동차협회는 지난주 '고효율 저·무공해자동차 기술개발 및 보급 활성화'를 위해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대규모 기술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환경부,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등 관련 정부에 건의했다.협회는 건의문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은 10여년 전부터 차세대 저공해차 개발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수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투자와 차 보급을 위한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해 4억원의 연구비만 책정돼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르면 수년 내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저공해차의 개발현황을 살펴본다.
97년부터 하이브리드차 상용화
지난달 미국 자동차 '빅 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잇따라 전기자동차 개발 포기를 선언한 후 차세대 자동차는 연소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자동차로 압축되고 있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Prius)를 개발 2000년부터 미국 판매에 들어갔고, 2001년에는 하이브리드 4륜구동 미니밴 '에스티마'를 선보이는 등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연비는 일반차의 3배에 가까운 리터 당 28㎞인데다, 가격도 일반차와 비슷한 2만1,0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유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미국에서도 프리우스나 혼다의 인사이트는 주문 후 5개월씩 기다려야 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GM은 올해부터 중형세단과 레저용차량(SUV), 트럭을 포함한 자사 유명 모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다. 특히 GM은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을 위해 2007년까지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중이다.
연료전지차는 내년께 시판될 듯
GM이 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모델은 연료전지차다.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선보인 하이와이어(Hi-Wire)가 그 결정체. 엔진 없이 수소와 산소의 결합만으로 차가 움직인다. 아직은 양산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중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는 인기 SUV인 이스케이프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인 포커스FCV를 내년부터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포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모델은 도심주행시 50%, 고속도로 주행시 10%의 연료절감 효과를 나타낸다. 포커스FCV는 일본 산요가 개발한 축전지와 신형 수소탱크를 장착하고 있다. 최고 시속 130㎞이며 주행거리도 일반 승용차에 약간 못 미치는 300㎞에 달한다.
국산차는 2007년 양산 목표
이처럼 즉시 실용화 단계에 도달한 미국·일본과 달리 국내 연구수준은 컨셉트카 개발 수준이다. 99년 'FGVII'라는 하이브리드카 컨셉트모델을 발표한 현대차는 양산모델을 2007년까지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의 가솔린엔진 방식이 아니라 가스터빈 방식으로 개발해 하이브리드카보다도 배기가스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연료전지차 분야에서는 이미 메탄올 연료자동차를 개발한 현대차가 수소 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해 도요타, 닛산,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푸조 등 주요 자동차 5사와 2005년 실용화를 목표로 핵심부품인 초고압 수소저장탱크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GM대우는 GM본사 연구소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밥 루츠 GM부회장은 "GM본사와 GM대우차의 연구개발(R&D)센터를 연결해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 제조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며 "일본 스즈키와도 관련기술 제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차세대 저공해자동차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매년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R&D 프로젝트를 추진해야만 한다"며 "자동차회사가 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의 기초기술 연구 보조 및 관련 사업 보조금 지급 등 과감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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