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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오르는 "세일즈맨의 죽음"/우리시대 아버지 쓸쓸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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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오르는 "세일즈맨의 죽음"/우리시대 아버지 쓸쓸한 뒷모습

입력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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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연출가 권오일(72)씨가 가장 좋아하는 희곡은 미국 작가 테네시 월리엄즈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지난해 7월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인생 40년 기념작인 '욕망이라는…'을 올린 것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다음 작품은 '세일즈맨의 죽음'이라고 예상했을 법하다.'세일즈맨의 죽음'이 21일부터 6월1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미국 현대 희곡의 명작으로 1949년 발표된 이 작품은 아서 밀러가 서문에서 "나는 이 연극에서 비극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낀 대로의 사실을 진솔하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듯 격변하는 세상에서 낙오된 소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63살의 늙은 지방 순회 외판원인 윌리 로먼은 회사에서 판매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그러나 "인기 있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는 미국적 신념을 굳게 믿는 윌리는 아들인 비프와 해리에게도 이 가치관을 설파한다. 그러나 비프와 해리는 실업자 신세다. 무너지는 가정환경 속에서 윌리의 아내 린다는 밀린 집세를 위해 자식에게 돈을 빌려오게 시키고 가정을 돌보지 못한 남편에게 지방출장을 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 결과는 월리의 해고였다. 비프는 가족을 돌보지 못한 아버지에게 실패한 현실을 따지며 대들고, 월리의 남은 선택은 하나 뿐이다.

연출가 권씨는 평소에 즐겨 쓰는 '리얼리즘 연극'이라는 표현대로 고전을 그대로 재현한다. 요즘처럼 고전 재해석이 많은 시대에 자칫 '구닥다리'로 몰릴 수 있는 고전을 보여주는 일은 웬만한 연륜으로는 힘든 일이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월리 역을 맡은 이호재(62)나 연극 배우로 데뷔한 후 24년 만에 린다 역으로 무대에 복귀하는 탤런트 전양자, 그리고 이봉규, 한상혁, 강신구, 김희종, 장연익 등 경력 30년이 넘은 배우들이 지나온 삶에서 깨달은 사실적 연기를 펼친다.

이 작품의 맛은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준다는 점이다. 과거의 가치를 믿지만 시대에 뒤쳐지는 미국 가장의 모습과 IMF 시대를 지나오면서 버려진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윌리는 63세에 이런 일을 당했지만 지금은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월급도둑)란 말이 도는 세상이니 더욱 심해진 셈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희망이 있음을 이 연극은 마지막에서 보여준다. 문의 (02)762―001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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