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개월이 채 안된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난조단계를 지나 총체적 위기국면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국정의 요소 요소를 둘러봐도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별로 없다. 대통령의 광주 5·18 행사 참석이 한총련 등의 물리적 저지로 차질을 빚는 사이에 공권력은 땅바닥에 떨어졌고, 교육행정 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국가기관 간, 정부와 교원단체 간의 대립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가져온 물류대란과 이의 수습과정은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겼고, 대통령 방미성과를 둘러싼 갈등은 소모적 이념대결과 국익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난의 긴 터널은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겨준다.
노 대통령과 국정운영을 책임진 중추 세력들은 국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련의 국정난맥을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데서 오는 불가피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생겨났는지를 살피고,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국정의 좌표를 헷갈리게 하는 무책임한 언동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집 등이 어려움을 자초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친노(親勞) 성향이 운송거부 사태와 NEIS 대립을, 한총련에 대한 잇단 초법적 접근이 5·18 행사 차질을 초래했음을 알아야 한다. 당선자 시절 등에 있었던 대미 자주발언과 지지기반인 네티즌을 과잉 의식한 행보도 방미성과와 관련한 갈등의 기초를 제공했다.
정부는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과 소신을 지켜야 한다. 이는 비주류와 소외그룹을 배려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한번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고수할 때 국정난맥은 극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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