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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몽골에 나무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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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몽골에 나무심기

입력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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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고원은 이제 초봄이다. 내륙의 물이 모여 바이칼 호로 흘러가는 셀렝게 강은 러시아 국경에 다다르면서 군데군데 두꺼운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고, 초원 위에는 할미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다. 버섯처럼 보이는 겔(유목민 이동주택)과 초원의 가축 떼 풍경은 목가적이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관찰해보면 큰 문제를 볼 수 있다. 산등성이를 덮고 있는 시베리아 소나무 숲이 벌겋게 탄 자국이 역력하다. 벌목 업자들이 편법으로 나무를 벌채하기 위해 일부러 산불을 지른 흔적들이다. 몽골에서 가장 나무가 많은 셀렝게 주 숲의 60%가 지난 몇 십년간 이렇게 사라졌다. 숲이 없어진 평원은 바람통로를 따라 모래가 쌓여가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60㎞ 남쪽으로 가면 전형적인 몽골 초원 위에 남산 크기의 모래언덕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거대한 포탄이 떨어진 듯 분화구 같은 모래 구덩이가 수없이 생겨났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장이다. 이 곳의 사막화는 딴 곳에서 모래가 날아온 것이 아니라, 무슨 연유에서인지 풍식(風蝕)이 진행되면서 그 모래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몽골 한림원의 생태연구소장인 촉타바타르 박사는 "이 모래언덕이 30년 전만 해도 숲과 목초로 뒤덮였던 멀쩡한 언덕이었다"고 말했다.

■ 몽골 남쪽 고비사막으로 내려올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16배나 되는 몽골국토에서 지난 30년 동안 거의 남한만한 면적이 초원에서 사막으로 변했고, 그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막화의 원인을 간단히 설명하기에 몽골고원은 너무 방대하다. 분명한 것은 우기에 비가 며칠간 쏟아지고 마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식물의 생육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숲을 황폐화하고 3,200만마리의 가축을 방목하는 유목문화가 사막화를 거들고 있다.

■ 작년에 고비사막에서 날아온 사상최대의 황사피해를 보았던 한국인들은 이제 중앙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사막화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주 셀렝게주의 토진나르스에서는 한국의 '동북아 산림포럼'과 몽골의 산림포럼이 공동으로 나무심기 행사를 벌였다. 바가반디 몽골대통령이 이 행사에 나와 산림 황폐화를 걱정하는 연설을 하고 나무를 심었다. 그들도 가꾸지는 않고 잘라내기만 하는 유목문화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산림녹화 정책에 성공한 한국인이 몽골의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까. 막막하지만 또한 그냥 둘 수도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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