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변한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끊임없이 변해왔다.""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까 시시각각 선택을 하는 자리여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남대 강연에서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방미 과정에서 대미·대북관에 집중적으로 표출된 노 대통령의 변화는 이제 서서히 국정의 다른 분야에까지 파급되어가고 있다.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1주년인 6월13일에 예상되는 시위와 관련, "외교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제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는 미국에서 보여준 변화의 방향을 국내 상황에도 적용,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교육부의 NEIS 시행과 관련, 전교조가 집단 반발하고 있는데 대해 법적인 징계까지 염두에 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는 비상한 결심과 각오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변화는 또 그동안의 '친(親)노조' 이미지에서 탈피,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균형감각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미국 등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농산물 개방 등을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에서도 다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노 대통령의 정책이 보수화하면서 대외관계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밖에 여권 내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신당 문제 등 정치권에 대한 노 대통령의 태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노 대통령의 변화는 노 대통령의 측근세력이 주도하는 신당의 정체성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는 비타협적 개혁신당쪽에 무게를 실어온 노 대통령이 앞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 어떠한 변화를 보이느냐에 따라 신당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변화들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갖지 않으면 국정운영 철학의 빈곤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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