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도전을 계기로 전설적 여자 골퍼 미드레드 베이브 디드릭슨 자하리스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자하리스는 58년전인 1945년 사상 최초로 남성프로들의 경연장인 PGA투어 로스앤젤레스 오픈에 출전, 컷을 통과했던 선수. 그는 골프뿐 아니라 20세기 최고의 여성 운동 선수로 일컬어질 만큼 만능 스포츠 우먼이었다.본명보다 더 잘 알려진 '베이브'라는 그의 별명은 어릴 때 동네 남자 친구들이 야구를 함께 하면서 당대 최고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 같다며 붙여준 것. 소녀 시절부터 야구와 테니스, 다이빙, 롤러스케이팅, 볼링 등을 즐기던 자하리스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1세때 골프에 입문, 45세인 1956년 암으로 요절할 때까지 무려 82승을 거뒀고 이중 메이저 대회 10승을 기록, AP통신에 의해 6번이나 '올해의 최우수 여자선수상'으로 선정됐다.
선머슴처럼 쾌활하고 거리낌없는 성격의 자하리스는 대회가 시작되면 "자, 내가 왔다. 누가 2등 할거지"라며 참가 선수들의 기를 죽이곤 했다. 또 동료 선수들과 갤러리를 상대로 거침없이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그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1938년과 44년 로스앤젤레스 오픈에 도전, 컷오프된 그는 45년 다시 이대회 예선에 도전, 마침내 출전권을 따내며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본선 1, 2라운드에서 컷을 통과했으나 3라운드에서 79타를 치는 부진을 보이자 기권, 최종 순위는 기록에 남지 못했다.
그의 고향 텍사스주 버몬트에 세워진 자하리스기념관의 W.L. 페이트 관장은 "자하리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그가 살면서 해냈던 업적은 대단했다. 그는 진정한 스포츠우먼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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