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이 대폭 확대된 지 50일째가 되는 20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PC방. 하교길의 초·중·고생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빼곡히 자리를 메운 가운데 대학생 10여명은 줄담배를 피워가며 게임에 열중이었다. 60여평에 달하는 PC방 내부는 담배연기로 자욱했고 일부 초등학생들은 역겨운 연기탓에 기침까지 해댔다.PC방 5%만 '담배연기 차단막' 설치
PC방, 전화방, 만화방과 45평 이상 음식점은 영업 면적 가운데 50%이상을 금연구역으로 만들도록 개정된 새로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병원, 어린이집, 학교 등에선 흡연이 완전 금지되고 열차통로, 전철의 지상 승강장, 축구·야구장 등 1,000명 규모 이상의 실외체육시설, 공중이용시설의 승강기·화장실·복도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연구역에서 공공연히 흡연이 이뤄져 개정된 금연 시행규칙이 사실상 사문화해가고 있다.
서울 YWCA 소비자정보센터가 최근 서울 시내 25개 구의 초·중·고 주변 PC방 100곳을 대상으로 금연석 분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차단막을 설치한 곳은 겨우 5곳에 그쳤고 97개 업소는 금연석을 구분해놓지 않았다.
면적과 상관없이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만화방이나 전자오락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 A 만화방에선 직장인과 대학생 10여명이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대학생 조모(24)씨는 "금연구역 표시도 없고 주인도 제지를 하지 않아 아무생각없이 담배를 피워왔다"고 말했다.
재떨이 여전한 학교
금연이 완전 금지된 학교나 병원에서도 흡연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B고등학교엔 화장실 앞에 여전히 재떨이가 있었고 주변에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3학년 김모(18)군은 "4월달엔 선생님들이 교내에선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몇번 경고를 했으나 요즘에는 아예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6월말까지의 계도기간을 거쳐 7월부터는 금연구역을 위반한 흡연자와 금연구역설치를 하지 않는 시설 소유자에겐 범칙금(2만∼3만원)과 과태료(200만∼300만원)를 부과할 예정이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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