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주로 소비하는 곳은 선진국이다. 반면 생산은 제3세계의 못 사는 나라들이 맡고 있다. 선진국에서 커피 한 잔 값이 한끼 식사와 맞먹는 3∼5달러나 되는데도 정작 재배 농가들은 커피(원두)값 폭락으로 최악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20일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따르면 커피 도매가는 파운드(453그램)당 1달러(약 1,200원) 안팎으로 4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실질가격으로 따지면 1960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중개 마진을 제하면 실제로 생산자가 받는 값은 파운드당 40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전세계 2,500만 커피 생산 농가의 소득은 최근 3년간 절반으로 감소했다.
가격 폭락은 1990년대 이래 생산 과잉과 시장 규제 완화의 결과이다. 생산 쿼터 시스템이 해체되면서 각국의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베트남은 90년대 초 200만 부대이던 생산량이 1,400만 부대로 늘어 브라질 다음 가는 커피 생산국이 됐다.
전체 생산량의 8%를 차지하는 저품질 커피가 규제 없이 시장에 쏟아지는 것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러한 '커피 위기'로 제3세계 커피 재배농가들은 빈곤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중앙 아메리카에서는 커피 농장 노동자 5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콜롬비아와 케냐 등에서는 커피 생산자들이 마약 재배에 손을 대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와 세계은행은 19일 런던에서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 중개인, 다국적 제품 생산업체 대표 등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어 해법을 논의했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은 "이제는 논의가 아니라 행동에 나설 때"라며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8(서방 선진 7개 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룰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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