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버는 길은 역시 부동산뿐'이라는 투기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거품 파열에 따른 자산 디플레(집값폭락에 따른 은행부실과 장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지금의 국지적 과열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급등한 부동산가격을 지탱할 만한 4%대 이상의 성장이 뒷따르지 않는다면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 부동산 버블은 순식간에 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실물경제가 급등한 부동산가격을 유지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보잉747이 미국 쌍둥이 빌딩 사이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는 부동산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올라 버린 상태에서 수출만이 살 길인 한국경제가 세계적 디플레 우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박사도 "실물경제가 뒷받침 안되면, 결국 모래탑위에 쌓아 올린 부동산가격은 꺼질 수 밖에 없다"며 "물론 미국·유럽에 비해 추가 성장의 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경제가 부동산 디플레라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실화때문에 소비를 부양해 경기를 살릴 수도 없고, 세계경제 불확실성때문에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천수답처럼 수출 확대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처지이지만, 세계경제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경고했듯 디플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독야청청 실물경제와 반대로 가고 있는 형국. 지난해 전체 주택가격 상승률은 16.4%이고 이중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22.8%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8.1% 보다 2∼3배 이상 높았다. 올들어서도 실질 성장률 예상치는 3%대후반∼4%대 초반임에도 불구, 집값 급등세는 멈출줄 모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은행의 공격적 부동산 담보대출로 1984∼1990년 땅값이 4.3배나 폭등했다가, 90년 이후 고금리로 전환되자 자산가치가 폭락해 10년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세제와 투기지구 지정 등 미시적인 수단으로는 한번 불이 붙은 부동산버블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입증된 만큼, 추가적인 공급과 분양권 전매제한 확대, 저금리 기대감에 대한 분명한 경고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책을 본격화 한 이후 줄곧 줄다가 올 2월부터 다시 상승, 4월에는 3월(2조4,000억원)보다 7,000억원이나 상승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박사는 "현재 게릴라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열풍이 전 국토로 확산되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정부와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함으로써,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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