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협찬 고지(告知)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60조에 따르면 방송 사업자는 복권, 담배, 경매 등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자의 방송 협찬고지를 금지하고 있다.그러나 "사행사업자라고 해도 공익 프로그램에 제작비를 지원함으로써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좋은 의도인 경우 협찬 고지를 허용해야 한다"는 방송사와 "간접광고가 될 수 있어 안 된다"는 방송위원회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방송위는 17일 로또 복권 사업자인 KLS(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협찬고지 방송을 내보낸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 대해 협찬고지 불가 판정을 내렸다. 10일 첫 방송이 나간 이 프로그램은 KLS로부터 제작비를 전액 지원 받아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치료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협찬 고지가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방송위의 전체 심의제재 504회 중 협찬고지 기준위반이 102회로 전체의 20.2%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iTV와 YTN이 수 차례에 걸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재작년부터 방송된 '문화유산을 지키자'라는 캠페인에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의 협찬고지를 내보내고 있는 iTV는 4월29일 받은 2,000만원 과태료 처분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총 9회에 걸쳐 1억2,375만원의 과태료가 쌓여 있다. YTN도 지난해 12월27일부터 1월31일까지 방송한 '청소년이 말한다'에서 KT&G를 총 134회 협찬 고지해 4회에 걸쳐 6,4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런 처분에 대한 방송사측의 반발은 완강하다. iTV 관계자는 "이미 KT& G는 이미지 광고까지 하고 있는 터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흡연을 조장하는 것도 아닌 의미 있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인데 소개조차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협찬 업체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KLS측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 로또 복권의 공익적 성격을 살리기 위한 시도인데 너무 색안경 끼고 보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iTV는 현재 과태료 납부를 미룬 채 지난해 5월 헌법 소원을 낸 상태이며 YTN도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는 등 굽히지 않겠다는 자세다.
방송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방송위의 제재 방식에도 원인이 있다. 방송위의 제재가 사후심의 방식이기 때문에 각각의 사례에 대해 서로 다른 수위의 처분을 내려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MBC 월화드라마 '내 인생의콩깍지'에서 KT&G의 장소 협찬고지가 나갔으나 경고 조치에 그쳤다. 또 즉석식 기술복권과 추첨식 더블복권을 발행하고 있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는 '퀴즈! 대한민국'(KBS1)의 협찬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행해지지 않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는 "협찬을 빌미로 프로그램을 업체 홍보의 장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며 "하지만 공익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지원과 협찬 고지에 대해서도 함부로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은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 심의 실무자는 "사후 심의 방식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는 있지만 협찬 고지를 통한 간접광고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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